펼치며 버티는 사람과, 입고 견디는 사람
형은 비 오는 날
습관처럼 우산을 챙긴다.
가방에 항상 하나쯤은 들어 있고,
비가 오면 망설임 없이 펼친다.
사람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걷고,
차가운 빗줄기 위로
우산들이 조용히 피어나는 모습이 좋다.
하지만 가끔—
형은 우비를 입은 사람을 보면
무언가 다르게
‘비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산 – 방어와 경계, 거리를 만드는 보호막
우산은
비를 막는 도구이자
세상과 거리를 두는 도구다.
사람들 사이를 조심히 피해 걷고,
바람이 세지면
우산도 마음도 뒤집힌다.
형은 우산을 쓰면서
어쩐지 조금 조심스럽고 긴장된 상태가 된다.
비를 피하긴 하지만,
늘 외부와의 거리를 계산해야 한다.
우비 – 수용과 침착, 젖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반면 우비는
비를 맞되 젖지 않는 방식이다.
움직임은 자유롭고,
두 손은 비어 있고,
흠뻑 젖은 세상 속에서도
몸은 비교적 안전하다.
형은 우비를 입은 사람을 보면
어쩐지 “나는 오늘, 비와 함께 걷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비를 견디기보다
함께 존재하는 느낌.
그래서 너는 지금, 비를 어떻게 맞고 있니?
형이 보기엔
우산과 우비의 차이는
피하려는 마음과 받아들이는 자세의 차이다.
하나는 방어고,
하나는 수용이다.
비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비에 어떻게 서 있을지는
우리가 고를 수 있다.
형의 마지막 한 마디
형은 어느 날
소나기를 맞았다.
우산도 없고,
편의점에서 우비 하나를 샀다.
익숙하지 않은 그 느낌 속에서
형은 중얼거렸다.
“오늘은 비를 피하지 않고,
그냥 같이 걸어보기로 했어.”
너는 오늘,
무엇을 피하고 있니?
그리고,
어쩌면 한 번쯤은
그것과 함께 걸어봐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