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을 따라 사는 삶과 숫자를 세는 삶 사이에서
형은 오래된 아날로그 벽시계를 가지고 있다.
‘딱딱딱’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
바늘이 만들어내는 원형의 흐름.
그 시계는
형에게 시간을 알려준다기보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반면,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는
분 단위, 초 단위로
무언가를 ‘측정’하고 ‘기록’하려는 듯하다.
아날로그 시계 – 흐름과 감각의 시간
아날로그 시계는
바늘이 원을 그리며
천천히 반복된다.
‘지금 몇 시야?’ 하고 물으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다.
형은 그게 좋다.
시간을 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느끼는 것 같아서.
매 순간이 연결되어 있고,
어제와 오늘이 같은 궤도를 돈다는 느낌.
그래서
시간이 ‘흘러간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디지털 시계 – 기록과 측정의 시간
디지털 시계는
숫자로 시간을 ‘쪼갠다.’
06:50 → 06:51
1분이 바뀌면
삶도 바뀐 것처럼 보인다.
그건 굉장히 정확한 시스템이지만
때로는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다.
형은 가끔
시간이 아닌 ‘카운트다운’을 보는 기분이 든다.
기억보다 ‘기록’이 앞서는 시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측정하고 있는 듯한 시간.
그래서 너는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니?
형이 보기엔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시계의 차이는
시간을 ‘감각하느냐’ vs ‘관리하느냐’의 차이다.
하나는 흐름을,
하나는 숫자를 말한다.
누군가에겐
디지털이 효율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아날로그가 위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
너에게 어떤 의미로 남고 있느냐다.
형의 마지막 한 마디
형은 어느 날
서랍 속에 있던 오래된 탁상시계를 꺼냈다.
지금 몇 시인지보단
그 시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더 반가웠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계산되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거였구나.”
너는 오늘,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니?
그건
너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니,
아니면
살아 있게 해주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