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알바 6화

선생님은 내 이름도 못 외우세요

by 라이브러리 파파

동생아
형은 어느 여름방학,

초등학교 방학 특강 보조교사 알바를 했었어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도 아니고 선생님 같은 사람이었지
출석은 안 불렀고, 아이들은 내 이름도 몰랐고
그래서 형은 그날부터 "선생님 친구"가 됐어


형이 하는 일

PPT 넘겨주기

교구 나눠주기

줄 맞춰 세우기

“조용히 하자” 중간중간 외치기

그리고 가끔, 엎드린 아이들 토닥여주기


아이들을 가르치진 않았지만
아이들 옆에 서는 일을 계속했어


교실엔 아이보다 감정이 많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어요" 하고 무표정해

어떤 애는 매번 지각하고
어떤 애는 혼자서 이름표를 잃어버리고

형은 그 모든 아이 곁에 앉았어
아무 말도 안 하고 옆에만 앉는 날이 더 많았지


가장 당황했던 순간

수업 시작 직전에 어떤 아이가 물었어
“선생님, 근데 이름이 뭐예요?”

그 말에 형은
“그냥, 선생님 친구야”라고 대답했지
그땐 대답할 이름이 없었거든


가장 따뜻했던 순간

수업이 끝나고, 한 아이가 형 쪽으로 와서
작게 종이학 하나를 건넸어
그리고 이렇게 말했지

“선생님 친구 선생님, 다음에 또 와요”

그때 형은,
내 이름이 없어도 괜찮다는 걸 처음 알았어
그 말 한마디가, 내 존재를 불러줬으니까


형의 마지막 한마디

교실엔 정규직만 선생님이 되는 건 아니야
누군가의 옆에 있어주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선생님이야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도
그 아이 기억에 따뜻한 누군가로 남는다면
그게 진짜 교사 아니겠냐


다음 편은
백화점 문화센터 안내 알바 이야기
제목은
“수강증 없으면 안 돼요, 근데 저도 왜 그런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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