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알바 4화

웃으면서 굽는 건, 고기만이 아니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동생아
형은 고기 굽는 알바도 해봤어
바로 마트 시식코너에서 말이지

앞치마 두르고 모자 눌러쓰고
불판 앞에서 하루 종일 굽고, 자르고, 말 걸었어


형이 배운 기술

미니 전기 그릴의 온도 조절은 예술이다

종이컵에 고기 3조각 담는 속도는 리듬감으로 정한다


아이 엄마에게 눈 마주치고

“한 번 드셔보세요”는
하루에 100번 넘게 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가장 힘든 건
고기가 아니라 사람의 반응이야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친다
어떤 사람은 받아먹고도 아무 말 없다
어떤 사람은 “왜 안 익었냐”며 화낸다
어떤 아이는 “또 주세요” 하고 세 바퀴를 돈다

형은 그 와중에도 계속 웃었어
왜냐하면 이 일은 미소로 기억에 남는 일이기 때문이야


가장 서글펐던 순간

두 시간 굽고 서 있다가
뒷정리하려고 불판 닦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말했다

“시식 안 해요?”
그 말에 웃으며 “끝났어요” 했지만
속으로는 “나도 사람인데요…” 하고 싶었지


가장 따뜻했던 순간

어떤 꼬마가 먹고 나서
“엄마 이거 사줘. 누나가 준 거 진짜 맛있어” 그랬어
그때 엄마가 내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했지

고기 한 점으로 누군가의 장바구니가 채워질 때
형은 진짜로 뿌듯했어
그날 퇴근길은 이상하게 가볍더라


형의 마지막 한마디

시식코너는 작지만
거기 서 있는 사람은 절대 작지 않아

하루에도 수백 번씩 미소를 짓고
말 걸고 무시당해도 다시 말 걸고
다시 굽고, 다시 권하고, 다시 웃는 사람

형은 그 일을 하면서
누군가의 식탁에 올라가기 전, 마음이 먼저 익는다는 걸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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