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굽는 건, 고기만이 아니다
동생아
형은 고기 굽는 알바도 해봤어
바로 마트 시식코너에서 말이지
앞치마 두르고 모자 눌러쓰고
불판 앞에서 하루 종일 굽고, 자르고, 말 걸었어
미니 전기 그릴의 온도 조절은 예술이다
종이컵에 고기 3조각 담는 속도는 리듬감으로 정한다
아이 엄마에게 눈 마주치고
“한 번 드셔보세요”는
하루에 100번 넘게 해야 한다
가장 힘든 건
고기가 아니라 사람의 반응이야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친다
어떤 사람은 받아먹고도 아무 말 없다
어떤 사람은 “왜 안 익었냐”며 화낸다
어떤 아이는 “또 주세요” 하고 세 바퀴를 돈다
형은 그 와중에도 계속 웃었어
왜냐하면 이 일은 미소로 기억에 남는 일이기 때문이야
두 시간 굽고 서 있다가
뒷정리하려고 불판 닦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말했다
“시식 안 해요?”
그 말에 웃으며 “끝났어요” 했지만
속으로는 “나도 사람인데요…” 하고 싶었지
어떤 꼬마가 먹고 나서
“엄마 이거 사줘. 누나가 준 거 진짜 맛있어” 그랬어
그때 엄마가 내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했지
고기 한 점으로 누군가의 장바구니가 채워질 때
형은 진짜로 뿌듯했어
그날 퇴근길은 이상하게 가볍더라
시식코너는 작지만
거기 서 있는 사람은 절대 작지 않아
하루에도 수백 번씩 미소를 짓고
말 걸고 무시당해도 다시 말 걸고
다시 굽고, 다시 권하고, 다시 웃는 사람
형은 그 일을 하면서
누군가의 식탁에 올라가기 전, 마음이 먼저 익는다는 걸 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