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도, 신부도, 나를 모른다
동생아
형은 결혼식 영상·사진팀 보조 알바도 해봤다
주말이면 정장 입고 웨딩홀로 출근했지
그날의 주인공은 항상 신랑과 신부였지만
그 아름다움을 조명으로 밝히는 건 나였어
삼각대 펼치기
조명 각도 맞추기
전선 정리
영상 음향 사전점검
웨딩카 앞에서 장식 리본 조심히 붙이기
예식장 입구 사진 액자 세팅
식 끝나고 웨딩홀 빠르게 원상복귀
한마디로, 모든 사진이 예쁘게 나오도록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일이었어
리허설
입장
축가
케이크 커팅
행진
그리고 단체 사진
이 모든 순간을 사진팀은 외워야 해
그게 안 되면 한 장의 추억이 사라지는 거야
혼자 엘리베이터에 조명
장비 두 개 들고 타고 있는데
문이 열렸고, 어떤 하객이 이렇게 말했어
“어머, 청소하시는 분인 줄 알았어요”
그 말 듣고도
형은 “안녕하세요” 하고 웃었다
식 끝나고
신랑이 형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형은 그 말 하나에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어
그건 진짜였어
신랑도, 신부도, 나를 몰라도
그 순간 만큼은 내가 ‘하객’이 된 것 같았거든
우리가 기억하는 결혼식 사진
그 뒤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땀과 감정이 들어 있어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순간
비록 보이지 않아도
그건 가장 깊은 자리에서 빛나는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