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슐랭 가이드 4화

밥 위의 갓성비, 아빠표 연어장

by 라이브러리 파파

연어를 처음 썰던 날, 나는 깨달았다.
이건 생선이 아니다.


이건 빛이다.

살짝만 각도를 바꿔도,

칼날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그 주황빛 선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 날, 아들이 목에 건

은메달의 광택과 같다.


나는 연어를 얇고 두툼하게 썰었다.


너무 얇으면 치사하고, 너무 두껍면 무식하다.
중간이 좋다.


마치 인생처럼.
적당히 눈치 보며, 그러나 중심은 잃지 않게.


간장은 국간장과 진간장의 중간.

미림과 설탕은 약간.
양파는 얇게, 청양고추는 예술적으로.
그리고 기다림. 하루의 숙성.

연어장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료도, 칼질도 아니다.
참을성이다.


하루 뒤,
밥을 짓는다.
고슬고슬한 단립종.
밥이 주인공이 아님을 인지하되,

존재감을 놓치지 않게.

그리고 그 위에
연어를 얹는다.
무심하게, 그러나 계산된 무심함으로.
양파를 올리고, 고추를 얹고,
그 위에 국물을 숟가락으로 한 번.


ChatGPT Image 2025년 6월 3일 오전 12_19_21.png


그건 드레싱이 아니라, 헌사다.

아이가 말한다.
“아빠, 이거 사온 거야?”
나는 대답한다.
“아니, 절인 거야. 너를 위해.”

아이는 조용히 밥을 먹는다.

그리고 한 입 더 먹는다.
그건 침묵 속의 별 세 개다.
미슐랭은 없다.

하지만, 아들의 리액션은 세계 1위다.

누군가는 이걸 ‘연어 간장절임’이라 부른다.

나는 오늘, 이것을
‘집에서 만든 외식’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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