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싸움: 도시락 김과 김밥 김의 품격 차이
김은 단순한 해조류가 아니다.
김은 포장된 철학이고,
밥 위에 올라가는 태도이며,
아이의 표정을 좌우하는
외식급 변수가 될 수 있다.
오늘의 전장은 아침 6시 43분,
아들의 도시락 뚜껑이 열리는 그 찰나.
그 속에 나는 ‘김’이라는 이름의
전사를 두고 떠나야 했다.
문제는 이거다.
도시락 김이냐, 김밥 김이냐.
그 선택 하나가
아빠의 하루를 결정지을 수 있다.
도시락 김은 친절하다.
작게 잘려있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전투력을 올려
입에 넣는 순간 “와! 바삭바삭해~!”라는 반응을 유도한다.
하지만… 너무 작다. 너무 약하다. 너무 얌전하다.
반면 김밥 김은 거칠다.
크다. 단단하다.
때로는 입천장을 찢고,
씹다 보면 말없이 목에 걸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존재감.
한 줄의 밥을 ‘요리’로 바꿔버리는 그 품격.
나는 고민했다.
오늘 아이에게 필요한 건 친절인가, 품격인가.
결국 두 장을 겹쳐 포장했다.
도시락 김 3장, 김밥 김 1장.
그것이 나의 타협안이었다.
교차 포장.
맛의 다양성.
그리고 한 장에는 메시지를 썼다.
"오늘도 힘내자."
(물론, 김이 눅눅해져서 글씨는 안 보였다.)
점심시간 12시 20분.
아들이 돌아왔다.
말은 없었다.
하지만… 김밥 김만 남기고 왔다.
조금 충격이었다.
나는 물었다.
“왜 이거 안 먹었어?”
아들은 말했다.
“입에 붙어서 뺄 수가 없었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은 맛만이 전부가 아니다.
입에 감기는 UX, 사용자의 씹힘 감정선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부터는
도시락 김만 넣기로 했다.
그리고 김밥 김은… 예술작품으로 보관한다.
그게 서로를 위한 선택이다.
누군가는 김을 김이라 부른다.
나는 오늘, 이걸
‘조용한 품격 전쟁’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