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슐랭 가이드 2화

계란찜, 마이크로파와의 싸움에서 이기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계란을 풀기 전,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울 딸을 생각하며 긴 호흡 한. 번.)


“오늘은… 부드러움의 끝을 본다.”

숟가락으로 톡 깨지는
그 한 겹의 결,
입에 들어가는 순간 녹아내리는 미슐랭급 찜 결을
내 손으로 만들어야 했다.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는 말이 없고 표정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무표정은 곧 별점 0점이다.



계란 3개.
물 1컵 반.
비율은 수학이지만, 결과는 예술이다.


멸치육수 대신 다시다 한 꼬집으로 타협한 건
육아와 전쟁 중인 아빠의 현실이었지만
혼신의 젓가락질로 만들어낸

그 황금 비율의 거품 없는 계란물
바로 파슐랭의 출. 발. 선.이었다.


랩을 씌운다.
젓가락으로 구멍 세 개.
숨 쉴 틈을 준다.
계란찜도 생명이니까.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1분 30초.
멈춘다.
열지 않는다.
내면에서 조용히 익어가길 기다린다.

다시 1분.
그다음 30초.
세 번에 나누는 그 기다림은,
마치 육아처럼 조심스럽고 간절하다.

‘딩—’
전자레인지의 종소리는 나에게는
요리사의 오케스트라 피날레였다.

꺼낸다.




한 겹, 두 겹,
스푼이 닿는 순간
‘푸슉—’ 하는 숨소리 같은 김이 올라온다.
아이들은 놀라고, 나는 웃는다.


“이게 바로… 아빠의 기술이지.”


2편.png 『계란 마에스트로 – 그 황금의 부드러움』 (비율 3:1.5, 그리고 참기름 한 방울에 담긴 예술혼)


그 위에
초록색 송송 썬 파.
참기름 한 방울.

다이소에서 특별 구매한

어디 찻집에서나 나올듯한

오동나무 갈색 숟가락..


메뉴명은 계. 란. 마. 에. 스. 트.로.


그리고 소금? 아니.
그건 아이의 표정에서 온다.
“와아~ 아빠 진짜 쉐프같아!”

(사랑하는 아내는 화장실을 살짝

웃으며 지나간다. 나의 자존감을 한층 더 높인다.)


그 한마디.
그게 오늘의 별 셋이었다.


계란찜.
누군가는 그냥 계란 삶은 거라 부른다.
나는 오늘, 이것을
‘기억에 남는 식감’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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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 김 싸움.
도시락 김과 김밥 김의 품격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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