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는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닿지 않는다
우리는 오랜 시간 1.5미터를 기준으로
서로를 피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버스 줄에서도,
카페 테이블에서도
적당한 거리만큼 조심했고,
적당한 거리만큼 외로워졌다.
그리고 어느 날,
방역 조치가 해제되었다.
마스크는 벗겨졌고, 거리는 풀렸고,
사람들은 다시 붙어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통계는 말한다.
2024년 기준, 한국인의 일 평균
대면 대화 시간은 13분.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사회적 관계보고서)
이메일, 메시지, 카톡은 넘쳐나지만
직접 눈을 보고 나눈 말은 한 시간에도
채 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손에 붙어 있지만,
사람은 마음에서 멀어졌다.
요즘 사람들은
먼저 전화를 걸지 않는다.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도 피한다.
모임이 있어도 “조용히 빠질 사람”이 많아졌다.
그건 단순한 개인주의가 아니다.
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해 거리를
조절하는 생존 전략이다.
안부를 묻지 않는 건,
정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답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지쳤는지도 모른다.
무례한 조언, 강요된 공감, 피로한 위로.
그래서 이제는
적당한 거리의 고요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누가 나한테 먼저 말 좀 걸어줬으면…”
그런 바람이 끓고 있다.
1.5미터.
이건 감염병 시대가 남긴 규칙이었지만,
이제는 감정의 기본 방어 거리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다가가지 않고,
누구도 밀어내지 않는,
그 애매한 거리.
그래서 가끔은
조금만 더 가까이 가도 괜찮다
누군가의 어깨에
한 마디 건네도 좋고,
눈을 보고 미소를 지어도 좋고,
톡 말고 전화해도 괜찮다.
우리는 회복 중이다.
다시 가까워지기 위한 연습을,
지금 이 거리에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