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분석만이 살아남는다)
그날 나는
분석을 끝내고,
논문 초안도 다 썼어.
ppt도 만들고,
설명도 준비했지.
그래서 발표하러 갔어.
교수님은 조용히 듣고 계셨고,
내 설명이 끝나자마자 한마디 하셨지.
“혹시, 다른 방향의 해석은 고려해 봤나요?”
그 순간,
나는 멈췄어.
나는 '내가 맞다'고만 생각했거든.
모형은 안정적이었고,
p값도 예뻤고,
설명력도 나쁘지 않았어.
근데 교수님 말에,
나는 깨달았어.
‘내가 데이터가 아니라,
내 결론을 믿고 있었구나.’
형이 그때 느낀 건 이거야.
좋은 분석은
결과를 믿는 게 아니라,
결과를 의심하는 데서 시작한다.
다시 돌아가서,
형은 해석을 바꿔봤어.
이 결과는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변수 간 다중 공선성은 없었나?
측정 도구가 편향돼 있었던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분석이 달라 보이더라.
내가 '보려고 했던 것만' 보았던 건 아닌가?
p값보다, 내 해석이 더 위험했던 건 아닌가?
논문이라는 게 결국
완벽한 분석을 증명하는 작업이 아니라,
불완전한 분석을 조심스럽게 해석하는 기술이란 걸 알게 됐어.
형이 그 이후로
논문 마지막 장에 항상 적는 문장 하나 있어.
“본 연구는 한계가 있으며,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 문장이
내 분석을 보호해 주는 마지막 방패야.
겸손한 문장이
내 연구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줘.
분석이 끝났다고,
생각도 끝난 건 아니다.
마지막까지 의심해.
의심 끝에 남는 게
진짜 의미야.
그리고
그걸 끝까지 의심할 줄 아는 사람만이
좋은 연구자가 된다.
17화 – 통계표보다 먼저
질문이 완성돼야 분석이 시작된다
(숫자는 대답일 뿐, 중요한 건 그전에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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