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손을 잡고, 백남준 아트센터에 들어섰다.
햇살이 유난히 투명한 날이었다.
딸의 손을 잡고, 백남준 아트센터에 들어섰다.
입구 유리 벽에 반사된 우리 모습은
잠시 한 편의 예술작품 같았다.
벽면에 붙은 전시 포스터엔
‘PLAY IT AGAIN, NAM JUNE PAIK’
그리고 날짜,
2025년 4월 10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딸이 물었다.
“아빠, 이 사람은 뭘 한 사람이야?”
잠깐 멈칫했다.
‘예술가’라는 단어 하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말 대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스크린이 수십 개,
기계음과 영상들이 뒤엉킨 공간.
딸은 처음엔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다 어느 한 영상을 오래 바라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 옆에서 백남준의 말을 떠올렸다.
"예술은 질문이어야 한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는 길,
딸이 말했다.
“아빠, 나도 나중에 이렇게 멋지게 하고 싶어.”
나는 웃었다.
"무엇을?"
그 아이가 고개를 기울이더니 말했다.
"생각하는 거. 끝까지, 혼자라도."
그 순간,
백남준의 수많은 작품보다
내 딸의 그 말이 더 예술이었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의 눈동자 안에,
그날의 햇살 안에,
우리 둘의 대화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