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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혼자 꽃을 팔던 날

― 작은 사장님의 첫 번째 용기

by 라이브러리 파파

“로미야, 엄마가 잠깐 시장에 다녀올 테니까
가게 조금만 지켜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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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햇살은 포근했지만, 공기는 찬 날이었다.
엄마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장바구니를 챙기고 있었다.

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
그러면서도 손끝이 슬쩍 떨리는 걸, 엄마는 알아챘을까?

“그럼, 손님이 오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만 해도 돼.
포장은 안 해도 괜찮고, 그냥 엄마 올 때까지 여기만 따뜻하게 지켜줘.”

엄마는 로미의 머리를 쓰다듬고 문을 나섰다.
“금방 다녀올게. 우리 작은 사장님, 잘 부탁해요.”
로미는 작은 입꼬리를 올리며 ‘응!’ 하고 대답했다.

가게는 조용했다.
겨울 햇빛이 유리창 너머로 길게 들어와
꽃잎에 내려앉고 있었다.

로미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
꽃잎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심호흡을 했다.

포장 테이프, 리본, 계산기…
그 어떤 것도 자신 없었지만,
엄마가 믿어주었으니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문이 조용히 열렸다.
종소리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여기 데이지꽃 있나요?”

어른이었다.
낯선 사람의 목소리,
낯선 시선.

로미는 잠깐 당황했지만
작은 용기를 꺼내 들었다.

“네… 저쪽 선반에 있어요.”

손님은 미소 지으며 다가가
하얀 데이지 한 송이를 골랐다.

“이거 포장도 되나요?”

순간, 로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엄마는 그냥 인사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하지만 다시 생각했다.

‘엄마가 없으니까,
지금은 내가 이 가게의 주인이잖아.’

로미는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꺼냈다.
리본을 꺼내고, 투명 필름을 펼쳤다.
손끝이 서툴렀지만
한 번도 중간에 멈추지 않았다.

“어… 여기요. 예쁘게…는 못했지만…”
그녀는 데이지 꽃다발을 손님에게 내밀었다.

손님은 한참 로미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예뻐요. 고맙습니다.
처음 파신 거예요?”

로미는 부끄럽게 웃었다.
“네… 처음 혼자 팔아봤어요.”

“그럼 오늘이 첫 손님이었네요?
제가 영광이네요.”

그 말에 로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무언가가 있었다.

손님이 가고,
가게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때 문이 열리고
엄마가 돌아왔다.
손에는 무와 배추가 담긴 장바구니.

“로미야, 잘 있었어?”
엄마는 아무 일 없던 듯 물었다.

하지만 로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엄마! 진짜 손님 왔었어!
내가 진짜로 데이지 팔았어!”

엄마는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정말? 혼자서 포장도 했어?”

로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금 삐뚤빼뚤하긴 했는데… 괜찮대.”

엄마는 미소 지으며 로미를 꼭 안았다.
“우리 로미, 오늘 진짜 사장님이었네.”

그날 밤,
로미는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엄마가 없이도 해냈다는 것.
누군가에게 꽃을 건네며 마음을 전했다는 것.

그 모든 순간이 로미에게는
작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날의 데이지꽃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꽃이 되었다.
엄마 없이도,
누군가를 웃게 만든 로미의 첫 꽃.

그리고 그날 이후,
로미는 가끔 혼자 가게를 지키기도 했다.
아직 작지만,
그 마음만은
꽃 한 송이처럼 단단하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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