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호선, 흐름을 거스른 자의 10초 생존기
서울 2호선,
형은 오늘도 전쟁 같은 출근길을 걷고 있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 순간, 형의 머릿속엔 수십 가지 생각이 스쳤다.
“어? 나 이쪽 아니지 않나…?”
“잠깐만, 여기 어느 역이지?”
“지금 돌아가면 너무 민망할까?”
“그냥 끝까지 가자. 사람들 피해 다니면서…”
“근데 이미 걸음이 어색해졌는데…”
형은 이미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었다.
혼잣말처럼 작게,
하지만 들릴 만큼은 또렷하게.
누군가는 피식,
누군가는 한 번 쳐다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정적이 흐르던 그 길목에
작은 웃음이 스며들었다.
형은 이 말 자주 쓴다.
길 잘못 들었을 때,
생각 잘못했을 때,
심지어 문자 잘못 보냈을 때도.
갑자기 폰을 귀에 대고
누군가에게 따지는 척.
에어팟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시선은 허공으로.
“진짜 민망하잖아.”
주변 사람들이 흘낏 보는 순간,
형은 이미 ‘웃긴 사람’이 돼 있었다.
어색함은 사라지고
캐릭터 하나가 남는다.
정면 돌파형.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던지는 한 줄.
그 말에 어떤 아저씨가
“하하 원한은 무섭지”
하고 웃으며 지나갔다.
형은 민망함 대신,
웃음 하나를 건졌다.
2호선에서 혼자 역주행할 때,
그 민망함은 정확히 10초간 몰려온다.
하지만 그 순간
말 한 마디로 분위기를 풀면,
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길을 잘못 든 사람보다
센스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편이
훨씬 낫다.
《단톡방, 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중
나만 '읽음'일 때
- 뒤늦게 섞이는 센스 있는 한 마디》
모두 웃고 있는 단톡방.
나만 무반응.
그때 꺼내는 한 줄의 기술,
다음 편에서 알려줄게.
역.주.행. 경험자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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