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 그 자리는 비워두지 않는다》

“비워진 자리엔, 언젠가 누군가가 앉는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형, 그 자리… 아직 내 거야?”

그 질문을 들었을 때, 형은 입술을 한번 꾹 다물었지.
그러곤 조용히 너를 봤어.


기억나?
그때 너는 무릎 위에 손을 꼭 올리고 있었어.
마치,
놓쳐버린 무언가를 두 손으로

다시 붙잡고 싶은 사람처럼.

형은 말했지.



“비워두면, 언젠가는 채워지지.
그게 자리의 법칙이야.”


처음엔 그 말이 참 야속하게 들릴 수도 있어.
마치 형이 널 밀어낸 것처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자리’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기차든, 버스든, 기회든,
잠깐 돌아보고 있는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슬쩍 와서 앉아버리거든.

너만을 위해 준비된 기회라고 생각했겠지.
맞아.
그 순간만큼은 너만을 위한 자리였어.
하지만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 자리는 ‘공석’이 됐고,
사람들은 공석 앞에선 주저하지 않더라.


형이 겪어봤거든.

시험장에서, 면접장에서, 연애에서,
그리고 그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어떤 기회들 앞에서.
항상 누군가는 더 빠르고, 더 용감했고, 더 덜 고민했어.

형은 너한테 말해주고 싶었어.


“비우는 건 너의 자유지만,
돌아올 수 있을 거란 착각은 하지 마.”


버스는 잠깐 섰다가 간다.
정류장도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리는—
누구의 것이든, 영원하지 않아.


그러니 잊지 마.
너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돌아올 마음이 있다면,
머뭇거릴 시간조차도 아깝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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