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는 ‘방법론’의 수호자가 아니라, ‘현실’의 통역자다
처음엔 모든 게 계획대로 되는 줄 알았다.
내가 설계한 연구가 너무 그럴듯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장은 연구자의 계획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문지를 돌리면 바로 회수될 줄 알았는데,
대상자들은 “귀찮다” “이건 뭐냐”
“이따가 할게요”라며 미룬다.
심지어 응답률이 30%를 넘지 못하는 날이
대다수다.
현장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예상치 못한 누락, 설문 항목의 모호함,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뜨리는 대상자,
파일럿 테스트에서 드러난 문항 이해도의 차이...
이럴 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계획대로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다시 돌아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바라볼 것인가.
‘왜 이 연구는 인터뷰를 선택했는가?’
‘왜 이 표집 방식이 필요한가?’
‘왜 이 분석 방법이 적절한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연구자는 비로소 자신의 방법론을 통역할 수 있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 틈을 메우며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연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