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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Jan 14. 2016

당신 삶의 흥(興)은 무엇인가요?

나의 살사(Salsa) 이야기 - Shall We Salsa?

나의 흥(興)은 몸으로 표현된다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춤을 춰보거나 즐겨한 적이 없었다. 우리 집안엔 음주는 모두 즐겨해도 가무를 즐기는 사람은 없었으니 보고 배운 것도 전혀 없다. 8살 때 동네 문화센터에서 아주머니들이랑 에어로빅을 배워본 것 말곤 몸을 움직여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하고 학교 축제 공연팀에 들어갔는데, HOT 춤과 율동을 배웠는데 너무 재밌는게 아닌가! 그 후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이 굉장히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 갔다. 그 후론 계속 춤을 배우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배우진 못하고 항상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엔 춤을 많이 추진 않았었다. (게다가 나는 매우 부끄럼이 많은 사람이다 :/ )


멕시코 시내를 걷다가, 어딘가 광장
Vamos a Salsa!

살사를 처음 춘 건 멕시코 여행을 할 때다. 본격 여행에 앞서 잠깐이나마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어서 5주간 멕시코 데헤페(Mexico City/Mexico D.F)에서 스페인어를 배웠고 거기에 추가 강습으로 멕시코 전통춤이랑 살사가 있어서 일주일에 두 시간씩 기본 스텝을 배우게 되었다. 실상은, 멕시코 전통춤 공연을 준비하느라 살사 스텝은 거의 기억도 나질 않는다. 게다가 언어적 한계로 잘 알아듣지도 못했고, 지금 내가 한국에서 배운 살사와는 다른 느낌의 살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살사도 온원, 온투 종류가 있었고 얼핏 기억하기로 멕시코에서는 온투형식을 가르쳤었던 것 같다. 물론 가장 큰 어려움은 나와 멕시칸들은 매우 다른 '신세'였단 것이다. 멕시코의 그네들은 춤추는 것이 익숙해 몇 번만 가르쳐도 금방금방 따라 했지만 나는 그냥 눈치보며 대충 돌기만 할 수 밖에 없는 '몸치' 꼬레아나였다.


60년 되었다던 쿠바의 택시


여하튼,  그때 배운 간단 스텝으로 여행 다니면서 살사 음악이 나오면 파트너가 이끌어주는 대로 즐겁게 춤추곤 했다. 중남미의 거리와 광장에는 음악이 종종 흘렀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하나둘씩 나와서 살사를 추었고, 나도 그 무리에 편승하여, 좀 더 정확하게는 흔치 않은 '동양인 여자'임을 내세워 여럿 살세로(Salsero - 스페인어로 살사 추는 남자. 여자는 Salsera라고 한다)의 홀딩(Holding - 남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행위) 신청을 받았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공동공간도 저녁이면 종종 파티장으로 바뀌었는데, 그 무리에서 어울리는 데도 내 어설픈 살사 스텝이 도움이 많이 되었었다. 칵테일 바나 클럽에서는 더 할 말이 없을 정도!


음악과 살사는....


쿠바인은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도 살사 스텝으로 나올 것만 같았다


살사의 본고장 쿠바도 다녀왔다. 춤에 대한 인식 없이 간 곳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춤을 얻어왔다. 쿠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쿠바 사람들의 긍정적임과 흥이었다. 삶이 굉장히 힘들고 한 서리게 살아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어떤 음악이 나오건 골반을 흔들흔들하는 걸 보고 사람이 즐겁게 살려면 춤을 배워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느 마을이건, 부족이건 노래와 춤은 있다


꼭 살사를 해내고야 말겠다 마음은 강력하게 먹었지만 그 이후로 3년이 흘렀고, 드디어 몇 달 전 살사를 시작했다. 강남과 홍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꽤나 큰 동호회인데, 좋은 동호회라고 소개받아 미리 저장해둔 곳이다. 이것도 굉장히 우연치 않게, 2년 전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다 만난 유쾌한 언니가 살사를 배우신다며 나에게 동호회를 추천해주신 것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스쳐가듯 만난 언니라 이름도, 연락처도, 얼굴도 기억이 안 나지만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 여전히 구인 중이다. 내가 살세로가 아니라 예전 기수의 살세라를 춤추며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을 테고, 얼굴도 기억이 안 나지만... 그래도 살사 바에 가면 혹시 나하는 마음으로 눈을 이리저리 돌리곤 한다.


표정에서도 혼이 느껴진다- 아르헨티나의 땅고(Tango)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삶을 즐겁게 살기 위해 춤, 여행, 음악이 필수적이라고. 나는 음악을 많이 알거나 음악을 만드는 재주는 없지만 음악을 분위기로 즐기는 법은 알고 있다. 여행은 초저녁부터 나의 일상이자 취미였고, 춤은 앞으로 한 스텝 한 스텝 천천히 밟아 나아가고자 한다. 언젠간 클래식 음악에도, 햇살 가득한 광장에서도 자연스레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Shall We Sa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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