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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Jan 22. 2016

그대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고등학생 YJee의 첫 배낭여행기

고2 기말고사가 끝나고 당일치기 배낭여행을 갔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무엇이냐 질문받았을 때, 브레인 스토밍을 하다 내가 끄집어낸 중요한 사건이다. 나홀로 처음 떠났던 여행이고, 자유로움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부모님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타공인 나의 취미인 여행의 첫 '자발적' 시작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시절은 꽤나 치열하고 꽉 차있다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부산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집의 여행은 90% 이상이 아빠 주도였고, 내가 짐작하기에 아빠는 나를 데리고 부산에 갈 의향이 없었다. 그 당시 아빠는 절기별로 항상 가던 여행지가 있었고 18년 동안 주기적으로 ‘그 곳’으로 여행을 갔기 때문에, 나는 혼자 부산을 가고 싶었다.


그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역사의 시작이랄까


시험기간이 끝난 주에 아무 스케줄이 없었고, 무박 2일 부산 여행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첫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한 후 하루 내내 부산을 둘러본 후 23시 14분 무궁화호를 타고 집에 오는 것이 큰 틀이었다. 버스와 기차를 예매하고 기말고사 공부를 했고, 시험이 끝날 때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다. 실은 나는 엄청 단단하면서도 떨리는 마음이었다. ‘엄마, 나 부산에 혼자 여행갈거고 버스랑 기차는 이미 예약했어!’라고 전투적으로 선언했는데, 참 김빠지게도 엄마는, ‘그래. 조심히 다녀와’라고 정말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생각보다 엄마는 딸을 매우 신뢰했고, 하루에 세번정도 문자면 어디든 여행을 보내주는 좋은 엄마였다. 그렇게 18, 나의 첫 배낭여행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세상에 가보고 싶었다, 절실하게


18살의 나는 별 생각없이 대범해보이면서도 굉장히 겁많고 소심하며 숫기가 없었다. 부산에 떠나기 전날, 내가 제일 먼저 했던 것은 검은색 매니큐어를 두겹 정성스레 바르는 것이었다. 고등학생처럼 안보이고 쎈 언니처럼 보여야 어디가서도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나이들어보이는 검은색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곱게 갠 후에 그 위에 번쩍이는 알이 박힌 박힌 반지를 올려놓았다. ‘부산에서도 꿀리지 않는 서울언니 코스프레’를 잔뜩 준비해놓고 심장이 달달 떨려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 때 부터 전망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여행에서 가장 기억 남는 장면이 세 가지있다. 첫번째는 태종대 절벽을 구비구비 내려가 유람선을 타고 석양을 보았던 것이다. 두번째는 3000원짜리 남포동 용두산 타워 엘리베이터 티켓을 사서 야경을 보았던 장면이고 마지막은 ‘2007 자갈치 시장 대축제’에 가서 전복회와 사이다를 시켜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장면이다. 아마 나의 부산여행 세 장면은 강해보이려 노력했던 에너지와 그 쏟아부은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 숨막힐듯한 풍경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그 기억 때문인지, 나는 아직도 부산에 가면 꼭 용두산타워 엘리베이터를 타고, 포장마차에 앉아 부산 특유의 북적거림을 느낀다.(물론 지금은 당당히 맥주를 시켜 마신다.)


석양도, 숨막히는 구나, 첫 느낌이었다


나 홀로 첫 배낭 여행은 성황리에 끝났다. 나는 자유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밤새 탈탈 거리는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용산역에 내렸을 때 주는 서울의 안정감을 알게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방법으로 여행이 나에게 주는 효용을 깊이 느꼈던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하고 첫 여름방학에 나는 홀로 내일로 기차티켓 한장으로 경상도를 여행 했고, 그 해 겨울 두번째 내일로 티켓으로 전라도를 여행했다. 그 다음해부터는 4년간 여행동아리에서, 혹은 나 홀로 끊임 없이 여행했다. 내 여행의 초석이었던 2007 부산의 기억이 없었다면 그렇게 쉽게 떠나고 헤메이다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시작이 반이다
Why don't you tr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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