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세헤라자데.
올해도 떨어졌다.
어쩌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방을 둘러본다.
너무 많은 책들, 책들, 책들.
잠시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하자.
고양이 간식도 하나 챙긴다.
맥주 네 캔을 계산하며 물었다.
"오늘은 치즈가 안 보이네요?"
"아. 치즈가 오늘 새벽에.."
급히 돌아온 집.
현관문이 쾅 닫히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다음날 아침, 점심쯤인가.
휴대폰을 잡으려 손을 뻗는데 손에서 고양이 간식이 툭 털어진다.
아, 치즈를 보았다.
따라오라는 듯 앞서 걷던 뒷모습.
나는 망설였다.
꿈속이었다.
아니 오래전 기억일까.
꿈, 기억, 망상, 상상, 이야기, 삶 그리고 죽음.
창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차갑다.
먼지들이 부유한다.
그래, 오늘은 정리하자.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실온에서 냉수가 된 물을 들이켜 잠을 깨운다.
구석에 보관해 온 이삿짐 상자들을 펼친다.
차곡차곡 책들을 넣는다.
이제 그만하자, 그만.
속으로 되뇐다.
서너 시간쯤 되었을까.
허기가 져 컵라면 물을 끓였다.
책상 위에 꽂혀 있는 노트들 중 한 권을 무심코 펼친다.
아주 어린 시절에 썼던 독서록이다.
-양치기 소년은 정말 거짓말쟁이였을까?
너무 무서워서 잘못 보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불쌍한 건 양치기 소년 말을 안 들어준 어른들일뿐
어차피 양들은 어른들 거였으니까.
웃음이 났다.
오랜만이었다.
내 웃음도, 이 글을 읽은 것도.
유별난 이 글을 정말 내가 썼는가는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읽을 때마다 나는 웃었다.
-너의 다정한 생각 덕분에 양치기 소년에 대한 오해가 풀려서 참 다행이야!
어린 소년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늘 네 재밌는 생각을 적어줘서 고맙구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몇 번 휘적인 후 먹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양치기 소년의 미소가 떠오른다.
마지못해 노트북을 열고 하얀 창을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