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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한집사 Nov 02. 2022

엄마의 밥상    1

어린 마음으로 그린 밥상

추운 겨울이면 연탄의 작은 따뜻함을 찾기 위해 이불속에 옹기종기 온 식구들이 모여 삶은 고구마와 동치미를 먹으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유치원 가기 전이니까 5살 때의 기억인 거 같다.

문풍지 바른 나무 창살 여닫이 문 뒤로 어둠과 매서운 바람이 난리 쳐도 고구마의 달콤함과 살얼음 동동 뜬 시원한 동치미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우리 집은 가난해서 남의 집 아랫방 2개를 빌려 살았는데 부엌은 담장과 집 지붕을 잇는 스레트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이었다.  


물은 마당에서 공동으로 썼는데 60년대는 수도가 없어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는 수동 재래식 작두 펌프로 열심히 펌프질 하여 양동이에 담아 부엌의 큰 단지에 물을 길어 먹었다.


연탄불 위에는 항상 큰 솥이 있었고 세수할 수 있는 따뜻한 물이 있었다.  부엌에는 작은 찬장과 석유곤로와 작은 항아리 단지들이 있었고 엄마의 파란색 플라스틱 시장바구니가 걸려 있었다.


큰방과 부엌을 잇는 작은 문풍지 바른 문이 있었는데 밥상은 큰 방벽에 세워져 있고 밥과 반찬이 들어오면 접어진 밥상다리를 펴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김치와 오고랑지(무말랭이), 깻잎김치를 가운데 두고 밥을 먹었다. 생선이나 계란이 올라오는 날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다.


우리 집은 장애가 있는 외할머니, 아빠, 엄마, 나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오빠 두 명, 그리고 빼빼 마른 나, 모두 6명이 살았다.

그때는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어서 밥이라도 많이 먹는 게 행복이었다. 점심에는 감자나 고구마를 삶아 먹기도 하고 국수나 수제비, 김치국밥(김치와 밥을 넣고 푹 끓여 먹는)을 주로 먹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가끔씩 그 시절이 그리운지 그때를 생각하며 해 먹어보곤 했다.


지금은 너무나 풍족한 시대에 살아서 그런지 나의 어린 다섯 살의 기억 속에 있는 그리움이 담긴 밥상… 그 반찬을 해줄 외할머니도 엄마도 떠나셨고 나는 추억을 위해 비숫한 반찬을 사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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