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기억에 남는 퇴사자들

일손이 부족해도 헤어져야만 했던 그들

by 중소기업 사파리

언제부턴가 경력 사이사이에 6개월의 공백이 많이 보인다.


중소기업, 아니 소기업은 늘 일손이 부족하다.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요새 이력서들을 보면, 경력이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실업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하지 않는 기간이 늘 끼어 있다. 문제는 그 기간의 횟수가 1번 이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보다 조금 더 받고 일을 하느니, 그냥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성실한 사람들은 어디에든 자리를 잡고 다니고 있다. 물론 회사가 갑자기 이전한다거나 직장 내 갑질이 있다거나 등의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경험 상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늘 뭔가 걸리는 점이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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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새 직원을 맞이한다.

기존의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부터 뭔가 걸린 점이 있던 사람은 영락 없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의든, 타의든 그네들의 입에서는 아래와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이런 말을 꺼내면 우선 가슴이 철렁한다.

다른 기존의 직원들과 합이 맞지 않거나 능력이 부족한 직원일지라도 그 말을 들으면 우선 기분은 좋지 않다. 작은 회사일수록 들고 나는 빈도가 잦아지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법이라 더욱 그렇다.

그 사람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남은 이들이 느낄 불안감이 걱정되서다.


그래도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사람이면 심적 타격감은 덜 하다.

제일 힘 빠질 때는 3개월 정도 교육을 시켜서 이제 일할만 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퇴사한다고 할 때다.

이 과정을 10년 이상 해 보니, 나도 이제 조금은 무뎌졌다. 강조하지만 '아주 조금' 무뎌졌다.


그런데 내 아래 과장님은 많이 힘들어 한다. 하긴 10년 이상 한 나도 조금 무뎌졌다 뿐이지, 여전히 겪고 싶지 않는 일인데... 하지만 그도 많이 겪어서인지, 처음에 입사한 신입 직원에 느낌이 쎄하면 미리 안녕을 준비하기도 한다. 우수한 스킬 중의 하나는 서로 웃으며 빨리 헤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몇 몇의 퇴사자들


1. 어린이집에서 오래 근무한 이력이 있던 직원으로, 손으로만 자료를 만들어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지 모른다고 한 그 분.


2. 3달 넘게 일하다가 어느 날 점심 시간에 쪽지에 사직서라고 써 놓고 갑자기 사라진 그 분. 지금도 이유는 모른다. 그런데 퇴사 후 거의 3년 동안 경력 증명서를 요구하는 기록을 세우셨다.


3. 다른 직원들과 창고를 정리하느라 가벼운 박스 3개 정도씩을 옮겼는데, 허리가 나갔다고 출근을 하지 않겠다고 한 그분. 근처 특성화 고등학교 취업 담당자의 소개로 받았는데, 결과는 처참하였다. 그 이후 이런 루트로는 직원을 받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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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입사하자마자 주기적으로 꾸벅 꾸벅 졸고 있어 상사가 조용히 여러 번 깨웠던 그 분. 도저히 업무를 수행할 여력이 되지 않아 헤어졌다.


5. 늘 혼자 야근을 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일을 하는데, 기한을 못지키고 늘 업무에 오류가 있던 그 분.

왜 저렇게 매일 야근을 할까 미스터리였다. 일처리가 흐리멍텅하여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빌런이었는데, 다행이 집안에 일이 생겨 퇴사하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로 바뀐 순간들이라고나 할까.

주어진 일 책임감 가지고 성실하게 일 하는 사람을 만나기 힘든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