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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Nov 07. 2018

나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

강따라 가는 길은 슬깃 반갑고 강따라 오는 길은 훌쩍 서럽다. 이 가을이

엄마는 언제나 하늘과 같다.
모든 색을 품고 있는 하늘.
엄마의 일생을 종종 외우듯 기억하려 한다.
유난히 작고 동글한 두 손을 꼼지락 꼼지락 손가락 하나하나 만지며 그녀의 하루와 그 시절 그 장면을 듣고 나의 오늘과 내일을 나누는 순간이 살 냄새가 나는듯 선명하게 기록된다.
엄마의 엄마가 매일 매 시간 아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중이다. 엄마의 엄마는 한 장 한 장 넘기며 과거로 흘러간다.
그 옆에서 나의 엄마는 매일같이 새로운 오늘을 꼭꼭 새겨준다. 어차피 기록되지 않을 오늘임을 알면서도.

“할머니 이거 생전 처음 먹어본다.”
“할머니 여기 처음 와본다.”
“주현이가 지금 서른이 넘었다고? 오메 우리 혜정이가 삼복 더위에 주현이 안고 있었는데. 그게 그럼 언제냐.”
“할머니는 도통 기억이 없다. 엄마는 잊음이 생겼다. 엄마는 잊음이 무섭다 혜정아”

작은 나는, 이 순간에도 나의 엄마가 짙은 시름의 하늘이 될까 안절부절.
이기적인 나는, 그 말 속에도, 나의 엄마가 속한 장면을 매 순간 순간 찰칵 찰칵.

귀하고 귀하다. 중하고 중하다.
나의 엄마, 나의 엄마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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