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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Mar 16. 2021

꽃에는

꽃에는 희노애락의 절정과 저뭄의 순간의 서사가 흐른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꽃은  만개했을 때보다  움을 틔우느라  힘을 모아 애달픈 모습의 때와 저물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로 존재하는 고독한 모습의 때가 아름답다 생각한다.


아빠가 40여년 매일같이 이어오던 일상에서 정년퇴임을 한 지 열흘이 지났다. 영광스런 마지막의 소회를 풀어내기에 건네온 꽃이 참으로 아름답다 생각했다.


나란히 산책을 하다 넘어가는 해를 보며 아름답다 했다. 빠알갛게 익은 해가 서서히 그러다 이내 서둘러 너머로 넘어가다, 겨울 나무 가지 끝에 걸렸다. 겨울의 끝이 봄을 부르고 있었다. 해는 넘어가고 나무는 싹을 틔우려 생을 머금고 있다. 꽃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를 하려 애쓴다. 그 모습이 서글프다 아름답다 하겠다.


모든 것은 저물어 간다. 우리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천천히 애쓰며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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