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 중에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고 동생이 옆에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존심이 상했고 화가 났다. 내가 고집하는 것이 무엇이었든, 이미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존심에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순간, 내 안에 악마가 팔을 꺼내어 계단 옆에 있던 화분을 집었다. 단단히 잘 못 됐다. 하지만 이미 그를 깨웠다. 높이든 팔은 그대로 화분을 바닥으로 집어던졌다. 와장창. 내 안에 악마를 보았다.
그에게 욱 하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늘 소년처럼 천진하고 밝다가도 욱! 하는 순간 악마가 나온다고. 욱 하지 않는 법 인가 뭔가 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재수 없게) 그는 내가 선하고 착하다고 그래서, 이쁘다고 했다. 나는 늘 불편했다. 내 안에 악마가 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긴 시간을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지겹게 서로를 놓지 못해 그 욕심에 힘든 집착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에 나는 매일매일 못생겨지고 있었다. 거울 속 내가 일그러져 괴물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우린, 정말, 헤어졌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만큼, 아니 그 이상의 날들이 지났고 이제 난 안다. 욱하지 말라고 화내지 말라고 왜 조금 더 이해하지 못하냐고 늘 그를 책망했었다. 사실 잘못은 내게 있다. 한 번도 그를 그대로 인정한 적이 없다.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