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로망은 무엇입니까?

과자로 만든 집과 인형의 집

by 카타

누구나 마음속에 소소한 로망이나 판타지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꼬꼬마시절에 과자로 만든 집과 인형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초콜릿 지붕과 설탕 창문, 달고나 담장.. 어릴 땐 실제로 이런 집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마론인형(바비와 쥬쥬)을 위한 인형의 집도 늘 꿈꿔왔던 작은 로망이었다.

실제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미니어처 부엌과 멋진 드레스룸, 잘 꾸며진 거실 등이 갖추어진

지금 생각해도 최고급 호텔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인형의 집을 늘 꿈꾸곤 했다.

내 마음을 만족시키는 인형의 집은 아직까지도 출시되지 않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전집이 꽉 차게 꽂혀있는 책장이 나의 로망이었다.

제목은 다르지만 같은 옷(표지)을 입고 있는 책들이 가득 들어찬 책장이 왜 그렇게 멋있었는지.

어릴 땐 종종 학교에 어린이용 전집을 판매하기 위해 영업사원들이 방문하곤 했다.

가입기념품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구입희망서와 팸플렛을 나누어 주었다.

나는 그때마다 집에 와서 아빠에게 전집을 사달라고 조르곤 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망원경이나 특이한 미술용품같이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기념품들을 갖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다.

다음 날 구입희망서에 부모님 승낙 사인을 받아온 아이들이 왜 그렇게 부러웠는지.

친구들이 그 자리에서 받는 기념품도 몹시 부러웠다.


아빠는 '전집은 책을 끝까지 읽지 않게 된다'시며 대신 읽고 싶은 책은

어떤 책이든 상관없이 사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물론 가입기념품과 전집을 갖고 싶었던 내가 원하던 답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약속대로 우리가 어떤 책을 고르든 상관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전래동화, 수수께끼, 마술에 관한 책들과 과학잡지뿐만 아니라 만화책, 만화잡지까지.

전집으로 꽉 채운, 내가 로망 하던 책장은 아니었지만

나와 언니가 읽은 책들로 가득 찬 우리 집 책장도 충분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우리는 아빠와 같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동화책과 만화책을 졸업하고 화제가 되는 소설책들이나 고전작품 위주로 책들은 교체되었다.

아빠가 읽은, 아빠와 함께 고른 책들엔 맨 앞장 여백에 아빠의 메모가 남아있다.

지극히 남자어른스러운 글씨체로

-우리 딸 00에게, 20**.*.*, 아빠가


아직까지 아빠의 책을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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