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새로운 실험을 앞두고

by 검도하는 해달


<프랑켄슈타인>,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셜록 홈즈>…… 지금 듣고 있는 수업에서 전자책을 기획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이전에 어떤 책을 번역했는지 찾아봤다.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고전이다. 그만큼 번역본도 다양하다. 이 중에는 대하소설에 가까운 작품도 있다.


대부분 고전을 선택했기에 부담이 앞섰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다. 장편보다는 단편부터 번역하는 것이, 또는 주제를 잡고 그와 관련한 짧은 이야기들을 엮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참여 중인 손글씨 모임이 떠올랐다. 영문학 작품으로 필사책을 만들면 어떨까?


그 길로 알라딘에서 필사 관련 서적을 검색해 목차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독자 입장에서 너무 어렵지 않은 문장, 10~15분 정도 필사할 수 있는 분량, 감정 조절과 마음 챙김, 명문장 필사…… 찾아보니 필사용으로 주로 선정된 작품은 <작은 아씨들>, <비밀의 화원>, <빨간 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어린 왕자> 등이었다. 대부분 장편소설이었다. 문제라면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


다른 건 없을까. 계속 목차를 보다가 문득, 그동안 사람들이 안다고 쉽다고 지나쳤던 이야기를 골라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아, 그거!”, “어렸을 때 봤어!”라고 말하는 이야기. 하지만 결말과 그 속에 담긴 뜻은 제대로 모르는 이야기. 나조차 아이들이 읽는 거라 지나쳤던 이야기. 동화였다.


동화는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야기이다. <플랜더스의 개>,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작품은 책으로 출간됐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어떤 작품은 원래 아동을 대상으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 오히려 어른들이 찾기도 한다. 어른이 돼서도 삶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때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주인공에게서 위로받고 과거의 나와 대화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이는 문학에 시대, 성별, 나이로 인한 장벽이 없으며 동화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번역할 작품을 고르기 위해 다양한 원문을 찾아 읽으면서 나도 미처 알지 못했던 동화를 재발견하고 있다. 마냥 쉽지도 않고 이런 이야기였나 오히려 놀라기도 한다. 시각을 달리 하면 동화에서도 손글씨로 간직하고픈 문장과 나아가 일상을 돌아보는 질문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시간 영어를 가르쳤고 번역을 공부하면서 글쓰기와 필사로도 시간을 쌓고 있다. 동화는 여건상 주로 영미권 작품을 선정할 예정이지만 각 작품마다 필사해 볼 문장과 생각해 볼 만한 질문도 짧게 실을까 한다. 독서와 필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 손글씨를 쓰며 마음을 다독이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임신 기간 중 태교로 필사를 생각하는 예비 부모, 자녀와 함께 필사를 하루에 10~15분 정도 꾸준히 하고자 하는 부모님도 참고하고 싶은 책이 된다면 감사할 것이다. 독자들이 잠시 손에 연필이나 펜을 들고 한 문장씩 옮겨 적으면서 스스로를 다시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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