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따뜻한 추억을 남긴다
He was so tired that he flopped down upon the nice soft sand on the floor of the rabbit-hole and shut his eyes. His mother was busy cooking; she wondered what he had done with his clothes. It was the second little jacket and pair of shoes that Peter had lost in a fortnight!
I am sorry to say that Peter was not very well during the evening.
His mother put him to bed, and made some camomile tea; and she gave a dose of it to Peter!
‘One table-spoonful to be taken at bed-time.’
피터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토끼굴 바닥에 깔린 곱고 부드러운 모래 위에 털썩 쓰러져 눈을 감았어요. 피터의 엄마는 요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피터가 자기 옷으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했어요. 두 번째 작은 외투와 신발 한 켤레를 두 주 만에 잃어버렸거든요!
안타깝게도 피터가 그날 저녁에 몹시 아팠다는 얘기를 해야겠네요.
피터의 엄마는 피터를 침대에 눕히고 캐모마일 차를 만들었어요. 그다음 한 잔을 피터에게 주었답니다!
‘자기 전에 한 숟갈씩 마실 것’.
한 줄 질문
위로가 필요할 때 어떤 음식을 먹나요? 그 음식에는 어떤 추억이 담겨 있나요?
“어, 엄마! 욕조에 있는 게 뭐야?”
“미꾸라지.”
“미꾸라지? 왜?!!”
“이따 아빠 먹을 추어탕 끓이게.”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지 싶다. 엄마께선 종종 시장 같은 데서 미꾸라지를 한가득 사 와 욕조에 풀어놓으셨다. 물이 든 봉지에서 쏟아져 나온 미꾸라지는 욕조 안에서 헤엄치다 몇 시간 뒤, 굵은소금을 맞고 촤아아아, 몸을 꼬불탕꼬불탕 뒤틀며 입에서 흰 거품을 토했다. 단발머리 여자아이는 징그럽다며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엄마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미꾸라지를 바라봤다.
소금을 맞고 기절한 미꾸라지를 엄마는 부엌으로 옮기고 한 마리, 한 마리, 살을 발라냈다. 요즘에는 미꾸라지가 일찌감치 곱게 갈린 추어탕이 밀키트로 나오지만 엄마는 그 큰 일을 손으로 다 하셨다. 욕실에서부터 식탁까지 엄마를 따라온 나도 옆에서 미꾸라지를 만졌다. 민물고기의 비릿한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잠시 후, 팔팔 끓인 물에 미꾸라지 살이 들어가고 코끝을 톡 쏘는 향이 났다.
추어탕을 먹는 날은 아빠께서 몸보신하시는 날이었다. 식탁에는 각자 취향껏 덜어먹을 수 있게 제피, 산초 가루와 잘게 썬 청양 고추 조각이 놓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빠께서 먼저 국그릇에 제피와 산초 가루를 숟가락으로 퍼서 탕에 얹으면 나도 따라서 했다. 욕조에서 헤엄치던 미꾸라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처음에는 어떻게 먹나 했지만 언젠가부터 맛있게 먹었다. 먹다 보면 등에서 땀이 나면서 시원함이 목구멍을 타고 몸으로 퍼졌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엄마표 추어탕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기숙사, 학생회관, 학교 근처 식당, 하숙집 등에서 먹는 밥으로 집밥을 대신했다. 집을 떠난 지 6년이 넘었을 즈음에는 엄마도 나이가 들면서 미꾸라지 살을 더 이상 손으로 일일이 바르지 않으셨다. 손가락 관절과 손목이 아파서 못하게 되셨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자연스레 집밥에서 국물이 나오는 횟수도 줄고, 거의 항상 엄마께서 차려준 밥만 챙겨드시던 아빠도 퇴직을 앞두고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또다시 10년이 지났다. 결혼하고서 어느 날 갑자기 추어탕이 다시 생각났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보면서였다. 진행자들이 앞으로 나와 막 끓인 추어탕을 맛있게 먹는다. 추어탕은 잘못 끓이면 비린내가 나는데 이 집 건 전혀 그런 냄새가 나지 않고 시래기도 듬뿍 들어갔다며. 그 모습을 보자 어렸을 때 집에서 먹었던 추어탕이 떠올랐다. “우리 집에선 추어탕에 제피랑 산초 넣어 먹었는데!” 신랑에게 얘기하면서.
그때가 작년 가을이었다. 한여름이 지나고 바람도 바뀌니 추어탕 생각이 자꾸 났는데, 운 좋게도 추석 연휴에 시댁에 가 있는 동안 추어탕 맛집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 집 추어탕도 시래기를 듬뿍 넣어 구수하면서도 약간 맵게 끓인 것이었다. 신랑은 맵다고 하는데 나는 반찬 리필 코너에서 청양 고추 조각을 덜어 와 듬뿍 넣어 먹었다. 역시 추어탕에는 청양이 있어야지. 그렇게 엄마표 추어탕을 먹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