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곳에 가면 널 볼 수 있을까
일러두기
-일본 애니메이션 <플랜더스의 개>(1975)에서는 주인공 이름이 네로, 아루아로 번역되었으나 이 책에서는 원문 표기에 기반해 넬로, 알루아로 번역한다.
-해당 작품은 위다(Ouida, 원래 이름은 루이즈 드 라 라르메)가 영국에서 영어로 썼으나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쓰는 벨기에라는 점을 감안해 지역명은 국립 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참고, 현지 발음으로 표기한다.
#1
Nello and Patrasche were left all alone in the world.
They were friends in a friendship closer than brotherhood. Nello was a little Ardennois - Patrasche was a big Fleming. They were both of the same age by length of years, yet one was still young, and the other was already old. They had dwelt together almost all their days: both were orphaned and destitute, and owed their lives to the same hand. It had been the beginning of the tie between them, their first bond of sympathy; and it had strengthened day by day, and had grown with their growth, firm and indissoluble, until they loved one another very greatly.
넬로와 파트라슈는 단둘이 남겨졌다.
그들은 형제보다 더 가까운 우정을 나누는 친구였다. 넬로는 아르덴(벨기에, 프랑스 국경의 산악 지역-옮긴이)에서 태어난 작은 소년이었고 파트라슈는 플랑드르 지방의 큰 개였다. 살아온 시간을 놓고 보면 동갑이었음에도 하나는 여전히 어렸고 다른 하나는 이미 나이가 들었다. 넬로와 파트라슈는 거의 모든 날을 함께 했다. 둘 다 혼자였고 가진 것이 없었으며, 같은 사람의 손에 목숨을 빚졌다. 이것이 인연의 시작이자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된 첫 연결고리였다. 넬로와 파트라슈의 우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자라면서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굳건해져서 서로를 무척 사랑하게 됐다.
For Patrasche was their alpha and omega; their treasury and granary; their store of gold and wand of wealth; their bread-winner and minister; their only friend and comforter. Patrasche dead or gone from them, they must have laid themselves down and died likewise. Patrasche was body, brains, hands, head, and feet to both of them: Patrasche was their very life, their very soul. For Jehan Dass was old and a cripple, and Nello was but a child; and Patrasche was their dog.
넬로와 할아버지에게 파트라슈는 알파이자 오메가였고, 보물 창고이자 곡물 창고였으며, 금더미이자 부를 가져다주는 지팡이였고, 가장이자 목사였으며, 유일한 친구이자 위안이었다. 파트라슈가 죽거나 사라지면 넬로와 할아버지도 분명 몸져누워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파트라슈는 그들의 몸이자, 머리이자, 손이자 두 발이었다. 파트라슈는 그 자체로 그들의 삶이자 영혼이었다. 제한 다스는 늙어 걸을 수 없었고, 넬로는 단지 어린아이였지만 파트라슈는 그들의 개였기 때문이다.
The little Ardennois was a beautiful child, with dark, grave, tender eyes, and a lovely bloom upon his face, and fair locks that clustered to his throat; and many an artist sketched the group as it went by him - the green cart with the brass flagons of Teniers and Mieris and Van Tal, and the great tawny-colored, massive dog, with his belled harness that chimed cheerily as he went, and the small figure that ran beside him which had little white feet in great wooden shoes, and a soft, grave, innocent, happy face like the little fair children of Rubens.
작은 아르덴 소년은 짙고 깊은 눈동자에 다정한 눈빛을 지닌 어여쁜 아이였다. 뺨에는 사랑스러운 꽃이 피어나듯 생기가 돌았고 고운 금빛 머리카락은 목까지 내려와 넘실거렸다. 넬로와 파트라슈가 놋쇠 주전자가 달린 녹색 수레를 끌고 지나가면 많은 화가들이 그 모습을 스케치로 담았다. 테니에르, 미에리스, 반 탈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커다란 황갈색 개가 종이 달린 목줄을 차고 지나가면 기분 좋게 딸랑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옆에서 작고 하얀 발에 큼직한 나막신을 자그마한 아이가 루벤스의 그림 속 예쁘장한 어린아이처럼 부드럽고 진지하면서도 천진난만하고 기쁨이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Nello and Patrasche did the work so well and so joyfully together that Jehan Dass himself, when the summer came and he was better again, had no need to stir out, but could sit in the doorway in the sun and see the go forth through the garden wicket, and then doze and dream and pray a little, and then awake again as the clock tolled three and watch for their return. And on their return Patrasche would shake himself free of his harness with a bay of glee, and Nello would recount with pride the doings of the day; and they would all go in together to their meal of rye bread and milk or soup, and would see the shadows lengthen over the great plain, and see the twilight veil the fair cathedral spire; and then lie down together to sleep peacefully while the old man said a prayer.
넬로와 파트라슈는 함께 아주 훌륭하게, 즐겁게 일했다. 여름이 다가오고 몸도 더 나아졌지만 제한 다스는 집 밖으로 나오는 대신 햇살 아래서 문간에 앉아 정원에 있는 작은 문으로 넬로와 파트라슈가 드나드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깜빡 잠들면 꿈을 꾸면서 기도를 몇 마디 하다가 성당의 종이 세 번 울리면 다시 깨어나 네로와 파트라슈가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파트라슈는 기쁨에 겨워 짖으며 몸을 흔들어 목줄을 풀었고, 넬로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그런 다음 둘은 같이 집 안으로 들어가 호밀빵과 우유 또는 수프를 먹으며 그림자가 대평원에 길게 드리우고 노을이 아름다운 대성당 첨탑을 베일처럼 덮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뒤 넬로와 파트라슈가 함께 누워 평화롭게 잠들면 제한 다스는 기도를 올렸다.
But even then they were never heard to lament, either of them. The child’s wooden shoes and the dog’s four legs would trot manfully together over the frozen fields to the chime of the bells on the harness; and then sometimes, in the streets of Antwerp, some housewife would bring them a bowl of soup and a handful of bread, or some kindly trader would throw some billets of fuel into the little cart as it went homeward, or some woman in their own village would bid them keep some share of the milk they carried for their own food; and then they would run over the white lands, through the early darkness, bright and happy, and burst with a shout of joy into their home.
하지만 몹시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넬로와 파트라슈 어느 누구도 불평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이가 신은 나막신과 개의 네 다리는 목줄에 달린 종이 딸랑딸랑 울리는 소리에 맞춰 얼어붙은 들판을 씩씩하게 걸어 나아갔다. 때때로 안트베르펜의 거리에서는 몇몇 아낙네가 그들에게 수프 한 그릇과 빵 한 줌을 챙겨주었고, 친절한 상인들은 넬로와 파트라슈가 끄는 수레가 집을 향해 갈 때면 땔감 뭉치를 던져 넣어주곤 했다. 다른 마을에 사는 부인들도 그들에게 싣고 가던 우유 중 일부를 자신들의 몫으로 남겨두라고 말했다. 그러면 넬로와 파트라슈는 밝고 행복하게 환호성을 지르고 멍멍 짖으며 해 질 녘 하얀 눈이 덮인 들판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한 줄 질문
1. 여러분에게 소중한 친구는 누구인가요? 또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친구가 되어 준 적이 있나요?
2. 그 친구와는 어떻게 만났나요?
*학창 시절을 함께 한 친구 외에도 선생님, 연인, 반려동물, 책, 물건 등 여러분에게 소중한 존재라면 누구든, 무엇이든 찬찬히 떠올려 보세요.
살아온 시간만으로는 또래였지만 나는 아이였고 너는 어른이었다.
시간이 더 지나 나는 어른이 되었고 너는 별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도 그곳에 가면 널 볼 수 있냐고 묻던 마음만은 남아 있다.
어린 시절, 주말마다 아빠께서 일하셨던 연구소에 놀러 갔다. 봄에는 뒷산에 올라가 쑥을 캐고, 여름과 가을에는 아빠의 연구실에서 책을 읽고, 가을에는 땅에 떨어진 단풍을 줍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동 건물 아래쪽 잔디밭에 자리한 개집과 커다란 밥그릇을 봤다. 거기에는 커다란 달마시안 한 마리가 있었다.
오래전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빠의 친구분께서 개를 잠시 맡길 곳이 필요해 여기 두게 됐다고 들은 듯하다. 이름은 ‘퐁구’. 몸에 있는 점박이 무늬는 시커멓다시피 자잘하고 알사탕 같은 눈에 덩치도 컸다. 내가 다가가기 무서워하니까 아빠께서는 괜찮다고, 한 번 가까이 가 보라고 하셨다. 아빠와 같이 가서 퐁구의 등을 쓰다듬자 퐁구는 기다란 꼬리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아, 무서운 애가 아니구나.
그다음부터 아빠와 연구소에 놀러 오면 가장 먼저 그 잔디밭에 들러 퐁구를 찾았다. 저 위에서 “퐁구야, 안녕!” 인사하면 퐁구도 내 목소리를 듣고 긴 꼬리를 흔들었다. 우리 얼굴이 보이기도 전에 발소리만 듣고 귀를 쫑긋 세운 채 꼬리를 먼저 흔들고 있기도 했다. 어쩌다 퐁구가 아빠의 친구분이란 아저씨와 산책을 나가서 없는 날엔 아쉬운 마음에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한동안 퐁구는 아빠와 연구소에 놀러 가는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날도 연구소에 와서 퐁구를 보겠다며 잔디밭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런데 퐁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개집도, 밥그릇도. 아빠 말로는 친구분께서 퐁구를 다른 곳으로 보내셨다고 한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퐁구가 사라진 잔디밭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마음 한편도 묵직하고 뻐근하게 아파왔다.
벌써 스무 해가 넘었다. 처음 봤을 때 덩치가 꽤 컸으니까 퐁구는 어른이었을 거다. 연구소에서 사라진 지 몇 년 뒤, 퐁구가 나이 들어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들은 걸로 기억한다. 지금 퐁구는 긴 꼬리를 흔들던 희미한 잔상과 두 글자가 됐다. 하지만 연구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빠에게 오늘도 가면 퐁구를 볼 수 있냐고 묻던 마음만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