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벽을 마주할 때
일러두기
-일본 애니메이션 <플랜더스의 개>(1975)에서는 주인공 이름이 네로, 아루아로 번역됐으나 이 책에서는 원문 표기에 기반해 넬로, 알루아로 번역한다.
-해당 작품은 위다(Ouida)가 영국에서 영어로 썼으나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쓰는 벨기에라는 점을 감안해 지역명은 국립 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참고, 현지 발음으로 표기한다.
이야기 소개
19세기 벨기에 안드베르펜을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순수한 소년 넬로는 할아버지 예한 다스, 충견 파트라슈와 우유 배달을 하며 화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키운다. 친구 알루아의 아버지이자 마을의 대부호 바스 코제는 넬로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한다. 주변의 냉대와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넬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성당의 미술 대회에서도 낙선한다. 설상가상으로 방앗간 화재 사건과 관련한 오해로 인해 방화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당에서 그토록 바라던 루벤스의 그림을 본 뒤 파스라슈와 함께 영원한 잠에 든다.
알루아의 아버지, 빨간 풍차 방앗간집 주인이자 마을 최고의 부자인 바스 코제는 넬로가 그린 딸아이의 초상화를 보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만 가난한 소년이 감히 자신의 딸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크게 화를 내고, 마을에서 열린 알루아의 생일 잔치에 넬로만 초대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예한 다스는 넬로가 가난 때문에 멸시받는 것을 알고 마음 아파하지만, 넬로는 자신의 꿈을 떠올리며 이내 마음을 추스른다.
“This is Alois’s name-day, is it not? said the old man Daas that night from the corner where he was stretched upon his bed of sacking.
The boy gave a gesture of assent: he wished that the old man’s memory had erred a little, instead of keeping such sure account.
“And why not there?” his grandfather pursued “Thou hast never missed a year before, Nello.”
“Thou are too sick to leave,” murmured the lad, bending his handsome young head over the bed.
“Tut! tut! Mother Nulette would have come and sat with me, as she does scores of times. What is the cause, Nello?” the old man persisted. “Thou surely has not had ill words with the little one?”
“Nay, grandfather-never,” said the boy quicly, with a hot color in his bent face. “Simply and truly, Baas Cogez did not have me asked this year. He has taken some him against me.”
“But thou has done nothing wrong?”
“That I know-nothing. I took the portrait of Alois on a piece of pine: that is all.”
“Ah!” The old man was silent: the truth suggested itself to him with the boy’s innocent answer. He was tied to a bed of dried leaves in the corner of a wattle hut, but he had not wholly forgotten what the ways of the world were like.
He drew Nello’s fair head fondly to his breast with a tender gesture. “Thou art very poor, my child,” he said with a quiver the more ih his aged, trembling voice-“so poor! It is very hard for there.”
“Nay, I’m rich,” murmured Nello; and in his innocence he thought so-rich with the imperishable powers that are mightier than the might of kings. And he went and stood by the door of the hut in the quiet autumn night, and watched the stars troop by and the tall poplars bend and shiver in the wind. All the casements of the mill-house were lighted, and every now and then the notes of the flute came to him. The tears fell down his cheeks, for he was but a child, yet he smiled, for he said to himself, “In the future!” He stayed there until all was quite still and dark, then he and Patrasche went within and slept together, long and deeply, side my side.
“오늘 알루아의 영명축일 아니냐?”
그 날 밤 예한 다스가 삼베로 만든 침상에서 넬로에게 물었다. 넬로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기억이 차라리 틀리길 바랐다.
“왜 가지 않았니? 해마다 꼬박꼬박 갔잖니, 넬로.”
“할아버지가 너무 아프셔서 그냥 갈 수 없었어요.”
넬로가 고운 얼굴을 침대로 기울이며 말을 흐렸다.
“쯧쯧! 눌레트 수녀님이 계신데. 이유가 뭐냐?”
할아버지가 계속 물었다.
“알루아랑 다툰 건 아니지?”
”아녜요, 할아버지-절대로요.“
넬로가 발개진 얼굴을 재빨리 숙이며 답했다.
”실은 바스 코제 나리가 절 초대하지 않으셨어요. 절 안 좋게 보시나 봐요.“
“뭐 잘못한 거라도 있니?”
“제 기억에는, 아뇨. 단지 송판에 알루아의 초상화를 그렸을 뿐이에요. 그게 다에요.”
“아!“
예한 다스는 생각에 잠겼다. 넬로의 순진무구한 대답에 실마리가 있었다. 나뭇가지로 만든 오두막에서 건초로 만든 침대에 묶인 몸일지언정 할아버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만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다정한 손길로 넬로의 금빛 머리를 포근히 끌어 안았다.
“가난해서 어떡하면 좋냐, 우리 아가.”
나이 들어 떨리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더 흔들렸다. “불쌍한 것! 세상이 너에게 너무 가혹하구나.“
“아녜요, 전 부자인 걸요.”
넬로가 속삭였다. 순진한 넬로는 자신이 왕보다도 더 강하고 영원한 힘을 지닌 부자라 생각했다. 고요한 가을 밤, 아이는 오두막 문 옆에 서서 별이 무리지어 지나가고 키 큰 포플러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방앗간의 모든 여닫이창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고, 이따금 플루트 소리가 들렸다. 뺨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하지만 어린 아이인 넬로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아이는 온 세상이 고요해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파트라슈와 함께 안에 들어와 나란히 누워 오랫동안 깊이 잠들었다.
*영명축일-가톨릭에서 자신의 세례명과 같은 성인의 축일(saint’s day)을 기념하는 유럽의 관습
한 줄 질문
진학, 취업, 인간관계 또는 자신이 도전히고자 하는 꿈에서 현실의 벽을 느낀 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그 벽은 여러분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나요? 신체 조건, 경제적 상황, 타인과의 의견 충돌, 재능이나 적성 등 다양할 겁니다.
그 벽 앞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벽을 깨뜨리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떠올려 보세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 벽을 깨고 있거나 그대로 두는 걸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 괜찮습니다. 정답은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시간이 걸려도 그 당시 또는 지금 나의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월급이 주는 안정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다시 일을 구하기 전까지 두어 달 정도 수업을 쉬고 하던 일을 정리하면서 또 한 번 느꼈다. 교복을 입고 부모님과 한 집에서 지낼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때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자 안정감이었다.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돈 걱정을 크게 하지 않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큰 혜택이었다.
결혼하면서 부모님 곁을 떠났다. 결혼은 정서적, 경제적으로도 몇 십 년 동안 서로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결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번역 공부를 시작한 지 반 년 정도 지났을 때, 마지막으로 하고 있던 수업도 끝이 보이자 시간이 지날수록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신랑은 괜찮다고 했지만 연말에 친정에 다녀오고서 더 불안해졌다.
자극 추구 성향이 0에 가까운 동시에 위험 회피 성향도 100에 가까운 기질이라 더 그런지도 모른다. 번역 수업을 다 듣고 나서도 바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현실도 불안을 부추겼다. 예전에 시험 공부를 할 때도 그랬다. 온전히 공부만 한 지 두 해 정도 지나가자 가만히 있을 때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겪었던 신체 변화가 다시 반복되려 하고 있었다.
얼마 전만 해도 사교육에서 손을 떼겠다며 혼자서 열을 올렸지만 수험생 시절에 했던 고민을 반복하며 다시 이력서를 쓰는 나를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럼에도 내게 맞는 조건을 찾고, 그에 부합하는 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통장에 돈이 많게 또는 적게 찍히고를 떠나서 돈이 일정하게 들어온다는 사실, 내가 번 돈을 살림에 보태고 내가 번 돈으로 내게 필요한 걸 장만하고 중요한 걸 투자하는 데서 오는 자존감과 떳떳함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