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열정, 나만의 재능
There was only one thing which caused Patrasche any uneasiness in his life, and it was this. Antwerp, as all the world knows, is full at every turn of old piles of stones dark and ancient and majestic, standing in crooked courts, jammed against gateways and taverns, rising by the water’s edge, with bells ringing above them in the air, and ever again out of their arched doors a well of music pealing. There they remain, the grand old sanctuaries of the past, shut in admist the squalor, the hurry, the crowds, the unloveliness, and the commerce of the modern world, and all day long the clouds drift and the birds circle and the wings sigh arounds them, and beneath the earth at their feet there sleeps-Rubens.
하지만 파트라슈의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다들 알듯이 안트베르펜에는 골목마다 유서 깊고 장엄한 석조 건물이 서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선술집까지 구석구석 들어찬 건물의 잿빛 기운은 강가에도 서려 있었다. 하늘에서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치형 문 너머에서는 커다란 음악 소리가 흘러 나왔다. 불결하고 사람들이 쫓기는 듯 분주히 움직이는 곳, 사랑스럽지 못한 곳, 각자 잇속만 챙기는 세상에 과거의 위대한 성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구름이 떠다니는 가운데 새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그 주위를 둥그렇게 맴돌고 그들의 발 아래에 있는 땅에는 루벤스가 잠들어 있었다.
The whole soul of the little Ardennois thrilled and stirred with an absorbing passion for Art. Going on his ways through the old city in the early days before the sun or the people had risen, Nello, who looked only a little peasant-boy, with a great dog drawing milk to sell from door to door, was in a heaven of dreams whereof Rubens was the god. Nello, cold and hungry, with stockingless feet in wooden shoes, and the winter winds blowing among his curls and lifting his poor thin garments, was in a rapture of meditation, wherein all that he saw was the beautiful fair face of the Mary of Assumption, with the waves of her golden hair lying upon her shoulders, and the light of an eternal sun shining down upon her brow. Nello, reared in poverty, and buffeted by fortune, and untaught in letters and unheeded by men, had the compensation of the curse which is called Genius.
작은 아르덴 소년의 마음은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강렬하게 휘몰아쳤다. 이른 아침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그저 작은 시골 소년이었던 넬로는 오래된 도시를 지나면서 파트라슈와 함께 수레를 끌고 집집마다 우유를 팔러 다니는 동안 루벤스가 신인 천국을 꿈꿨다. 춥고 굶주린 넬로는 나막신 안에 아무것도 신지 않은 채 겨울 바람이 곱슬머리 사이로 스쳐 지나가고 낡아 헤진 옷을 들추는 와중에도 넋을 잃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꿈 속에서 넬로는 승천한 성모 마리아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어깨 위에서는 금빛 머릿결이 넘실거렸고, 영원한 태양의 빛이 눈썹 위 이마를 비추고 있었다. 넬로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운명에 휘둘리며 글을 배우지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주목도 받지 못한데다 보상이자 저주로서 천재성을 타고났다.
No one know it. He as little as any. No one knew it. Only indeed Patrasche, who, being with him always, saw him draw with chalk upon the stones any and every thing that grew or breathed, heard him on his little bed of hay murmur all manner of timid, pathetic prayers to the spirit of the great Master; watched his gaze darken and his face radiate at the evening glow of sunset or the rosy rising of the dawn; and felt many and many a time the tears of a strange, nameless pain and joy, mingled together, fall hotly from the bright young eyes upon his own wrinkled yellow forehead.
아무도 알지 못했다. 넬로도 자신이 천재임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직 늘 넬로의 곁에 있는 파트라슈만 넬로가 분필로 돌 위에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체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작은 지푸라기 침대 위에서 온 힘을 다해 신에게 간절하고 애절한 기도를 올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파트라슈는 넬로의 얼굴이 붉은 노을빛이나 새벽녘 떠오르는 장밋빛 태양에 환하게 물들 때 눈빛이 어두워지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이상하고 이름 모를 고통과 기쁨이 한데 뒤섞인 눈물이 어린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 위에서 자신의 주름진 누런 이마 위로 흐르는 것을 느꼈다.
There was only one other beside Patrasche to whom Nello could talk to at all of his daring fantasies. This other was little Alois, who lived at the old red mill on the grassy mound, and whose father, the miller, was the best-to-do-husbandman in all the village. Little Alois was only a pretty baby with soft round, rosy features, made lovely by those sweet dark eyes that the Spanish has left in so many a Flemish face, in testimony of the Alvan dominion, as Spanish art has left broadsown throughout the country majestic palaces and stately courts, gilded house-fronts and sculptured lintels - histories in blazonry and poems in stone.
파트라슈 외에 넬로가 자신의 대담한 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또 한 명 있었다. 바로 알루아였다. 알루아는 풀로 덮인 언덕 위에 자리한 빨간 풍차 방앗간에 살고 있었다. 알루아의 아버지는 방앗간 주인으로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농부였다. 어린 알루아는 부드럽고 둥근 얼굴, 발그레한 장밋빛 뺨에 다정한 검은 눈동자를 지닌 예쁘장한 아이였다. 스페인이 플랜더스를 통치하던 시절 스페인 사람들이 수많은 플랜더스 사람들의 얼굴에 남긴 검은 눈이었다. 알바 총독 통치기에 스페인 예술의 영향을 받아 온 나라에 웅장한 궁전과 위엄 있는 법원, 금박을 입힌 집과 조각된 상인방이 남았듯 문장에는 역사가, 돌에는 시가 새겨져 있었다.
한 줄 질문
여러분이 갖고 있는 또는 갖고 싶은 재능은 무엇인가요?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정리정돈, 반려 동물 돌보기, 하루에 그림 하나 그리기, 한 줄 일기 쓰기 등 일상에서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적어보세요.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독자나 관객에게 여운을 주는 결말도 좋아한다. 전자책을 다 읽고 홈 화면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 영화관에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리에 앉아 서서히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어떤 책, 어떤 영화였는지 잠시 생각할 수 있어서다.
얼마 전에 읽은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에 실린 단편 ‘빗방울처럼’이나 피에르 니니 감독의 <몬테크리스토>가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두 작품 모두 허구이지만 각각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한 사람의 위기, 사랑, 배신, 복수 등 우리가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그렸으며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크고 작은 여운을 남긴다.
각 작품을 읽고 본 뒤 든 생각은 그래도 어떻게든 삶은 계속된다는 거였다. 소설에서 남편과 사별한 주인공 지수가 두 어린 딸의 엄마인 여성 외국인 노동자의 손길을 거쳐서 깨끗이 도포한 천장을 바라보며 아, 나도 살아야겠구나, 생각했듯이. 에드몽 당테스가 자신의 저택 앞 정원에서 친구와 결투를 마치고 돌아서는 장면으로 영화가 허망하게 끝났지만 그 뒤에도 에드몽이 어떻게든 삶을 이어갔을 거라 상상하게 되듯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10여 년 전부터 5~6년 동안 수험생으로 지냈을 때는 인생에 답이 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번역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또 다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다. 계획을 세워도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목표 자체에 너무 매몰되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큰 방향은 갖고 가되 방법의 가짓수를 열어놓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재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어떤 목표에 파묻히지 않아서 가능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편만 써야지, 인증만 해도 성공, 쓰다 보니 브런치 작가 신청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네, 말 나온 김에 어? 한 번 해 볼까? 그 다음에는 이런 모임도 있네, 한 번 해 봐야지,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다. 몸이 힘을 때도 있었지만 그 과정만은 즐거웠다.
반면 번역은 지난 달 도서검토서 과제를 한 뒤부터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특히 치인다, 쳐내기 바쁘다는 느낌뿐이다. 원문만 오롯이 들여다볼 여유가 전보다 줄면서 과제도 ‘내기만 하면 성공’으로 바뀌었다. 영한 번역 지망생, 이미 차고 넘치는 베테랑들과도 경쟁해야 하고, 과정 수료 직후 데뷔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 이걸 내가 왜 하고 있지, 해서 얻는 게 뭐가 있지, 다른 번역 과제에도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에서 쓰는 글과 달리 왜 여기서 의욕이 떨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멍 때리고 있어야 할 시간에도 불쑥불쑥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그 단서가 될 만한 지점을 책과 영화, 글쓰기 모임에서 찾았다. 글쓰기와 달리 번역에서 나는 최근 몇 달 동안 과정에 아닌 결과에 매몰돼 있었다. 처음에는 과정에 의미를 두며 공부를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또 다시 스스로 정한 타임라인에 집착하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늦어도 3~4년 뒤에는 번역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수험생 시절에도 올해에도, 내년에는, 어느 지역에 정교사로 합격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타임라인을 정해 놓고 전전긍긍했건만 그걸 또 반복하고 있었다.
목표 자체가, 목표 정하기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여기에 묻히는 시작하는 순간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나 뜻밖의 결실을 놓친다. 운이 좋아 살아 남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도 다른 애들과 성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을 힘들어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나한테만 집중하는 거였다. 내가 공부한 것, 내가 공부해야 할 것, 내가 고쳐야 할 것만 보고 다른 친구가 아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했다. 그렇게 고3과 재수생 시절을 버텼다.
며칠 전에도 다이어리에 요즘 용기가 필요한 일로 비우기, 포기하기, 쉬어가기라고 쓴 걸 보면 정말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러고도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게 맞을까, 계속 고민하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둔하다. 결국 글쓰기와 전자책 작업, 브런치북 글쓰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것만으로도 벅차다. 피드백과 관련해서도 연습 차 번역한 글을 봐 줄 사람은 필요하지만 현직에 계신 분들께서 해 주시는 첨삭이 가장 유용했다. 결국 어느 시점이 지나면 내가 스스로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번역은 하루에 문장 하나, 짦은 문단 하나, 한 시간이어도 괜찮으니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되 우리말 글은 꾸준히 읽고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