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글 쓰는 사람, 3/27에 쓴 글 퇴고)
이번 주에 두 번째 샘플 번역이자 출판번역 수업의 마지막 과제를 마무리했다. 이번에 읽은 글의 내용과 전문 분야와 관련한 것이어서 용어를 그대로 둘지, 독자를 염두에 두고 바로 옆에 역주를 달지 여러 번 고민했다. 고민이 너무 길어지면 번역이 오히려 꼬일 것 같고, 결과가 어떻든 빨리 털어내고 싶기도 했다. 과제를 하는 동안 만족스러웠던 적이 별로 없는데 마지막 과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3월이 사흘 남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말에도 친정과 시댁 가족 모임이 있어 일정이 꽉 찬 한 달이었다. 그럼에도 뿌듯함보다는 답답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계획하고 관리했음에도 생각보다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결국 남은 두 주 동안 감기에 시달리고 왜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왼쪽 눈 핏줄까지 터졌다. 지금도 눈동자 주위가 발그레하다.
몸 상태는 일과 수업 수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에서는 한 학생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다가 어제 결국 ‘지도가 어려울 정도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말씀드렸다. 죽겠으면 죽겠다고 얘기해야 한다. 일단 내가 살고 보는 게 먼저였다. 번역 과제도 일을 다시 시작한 뒤부터는 그야말로 쳐내느라 바빴다. 문장을 읽고 떠오르는 대로 우리말로 옮기기 바빴고, 어떤 단어로 뉘앙스를 담아낼지까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수업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이렇게 해서 뭐 하나, 시간이 더 있었으면 나았을까, 난 아무래도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힘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2~3년 뒤에는 일을 바꿔서 자리 잡아야겠다, 자리 잡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번 달에는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중간에 읽다 말았다.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뒤에 가서 지루해졌다. 지금은 박완서 작가의 <쥬디 할머니>를 읽고 있다. 내 취향으로는 박완서 작가님이 문체, 이야기의 완결성
에서 모두 승이다. 작년에 크게 실망한 이후로 이른바 ‘베스트셀러’는 거르고 들어간다. 지금도 내 취향이 아닌 듯하다. 그때 베스트셀러라고 바로 읽지 않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제목과 목차, 독자평을 보고 읽는다. 다음 달에는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좀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사 두고 시작도 못한 기 드 모파상의 <첫눈, 고백>도.
오랜만에 슬로 조깅을 하러 밖에 나갔더니 그새 매화와 개나리가 폈다. 꽃이 활짝 핀 줄도 모르고 3월의 끝자락에 서 있다. 달력에서 숫자 28을 보면서 드디어 3월이 끝나간다고 좋아했지만 그와 별개로 일상에 치여서 벌여놓은 일들이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것과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건 아쉽다. 감기 때문에 모든 게 묻혀버린 듯한 기분이다. 손글씨와 글쓰기 모임마저 하지 않았으면 제대로 망가질 뻔했다. 이번 주말에는 집안 정리를 하면서 조용히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