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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늘 May 20. 2021

이별 그리고 또 다른 시작

끝이 아닌 시작

4개월이 넘는 긴 병원 생활을 마치고 남편과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지만 아이의 모습은 더이상 볼 수가 없다. 그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냥 이별이라고 말하겠다.  


만남이 있듯이 이별도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기쁜 새로운 출발을 기대했지만 이렇게 막이 내렸다.


아무 할 일이 없는 상태는 상당히 지루하다. 하루에 5끼를 먹고 과자도 원없이 먹었다. 아이스크림도 닥치는 대로 먹고 쇼파에서 하루 종일 굴렀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퉁퉁하게 부어오른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실컷 놀고 나니 드디어 움직이고 싶어졌다. 결국 요가 매트를 꺼내서 오랜만에 요가를 시작했다. 어느덧 4월 중순에서 5월 초가 되었다. 남편과 나는 밥을 같이 먹고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 받으며 가끔 앞으로 뭘 할지 이야기 했다. 


열심히 일한자 놀아라!


어느새 2021년도 반이나 흘러있었다. 그래! 캐나다에 와서 맨날 열심히만 살았는데 이제는 좀 놀자. 집에서 2시간 쯤 거리에 있는 작은 숲속 호수가로 놀러를 갔다. 조그마한 오두막집에서 이틀을 머물며 야외 사우나도 하고 카약도 탔다. 밤에는 화로에서 불도 쬐고 고기도 구워먹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역시 노는건 재미있다. 죽기전에 더 많이 놀고 하고 싶은거 다 해보리라.  밤이 깊어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에는 캠핑을 떠나기로 했다. 나는 텐트를 사고 캠핑장도 예약했다. 아직 사야될 것들이 많지만 뭐 어떻게 되겠지.. 


5월 중순에 접어들자 잡초들이 미친듯이 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뒷마당에 가서 아침 6시부터 잡초 재거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노동을 역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든다. 몸이 힘드니 잠도 너무 잘자고 밥도 너무 맛있다. 귀농을 하면 정신이 더 맑아 지려나..? 


내일은 오랜만에 다시 출근하는 날이다. 5개월을 넘게 쉬어버린 일을 다시 하려니 두렵고 두근 거리기도 한다. 내일 어떻게 일어나서 무슨 일을 해야하며 어떻게 팀원들이랑 회의를 할지 모르겠다.  마치 신입사원이라도 된것 처럼 멍하다. 하지만 쉽사리 적응하고 곧 능숙하게 하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


이제는 내 삶과 인생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느끼는  소소한 생각들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했다. 위대한 모성을 가진 어머니도 아니고 아픈 아이가 있는 삶도 아니지만 그저 평범하고 평범해지고 싶은 소시민의 발버둥이라 생각해주기를.. 


내 글이 어떤 이에게도 위로와 공감이 못 될지 모르나 그저 나 한사람에서 위로가 된다면 그 또한 충분하리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큰 걸음을 오늘 브런치와 시작한다. 


끝이 아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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