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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늘 Nov 19. 2022

아기와 함께 탄생에서 100일까지

잠투정 젖 거부 미궁 속으로 빠져만 가는 육아 그리고 드디어 100일 


Happy new parenting!


지난 8월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아기와 함께 집에 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병원에서 48시간 만에 퇴원해서 집에 같이 가면 어떤 기분일까 임신 내내 생각했습니다. 하루도 더 머물고 싶은 않은 곳이 병원이었고 다시는 신생아 집중 케어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 번 다시 그 생활을 하기 된다면 나의 정신이 온전히 버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아기는 건강한 상태로 태어나 나와 함께 분만실을 나서서 모자동실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 젖을 빠는 모습을 보니 지난번에 하지 못했던 설움과 슬픔도 잊히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과 두 손을 꼭 잡고 아이와 함께 토요일 오후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너무 기뻐 잠시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졌던 거 같습니다. 더운 여름날 따뜻한 아기를 품에 안고 긴 숨을 쉬고 있으니 마음의 충만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저는 본격 육아에 돌입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캐나다 퀘벡주의 어느 동네입니다. 친척도 없고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도 없는 남편과 저 둘이서 아기와 덩그러니 집에 남겨졌습니다. 


일단 가장 문제는 밥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기의 수유는 젖과 분유로 해결하면 되었지만 우리들의 식사는 매끼 차려먹어야 한다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100일 지난 시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아기는 이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1시간에서 2시간 반 만에 깨서 울며 젖 달라고 보채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모유 수유가 좋은 것은 누구다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저에게 모유양은 턱없이 부족했고 나오지 않는 모유를 빨며 우는 아기를 보는 것은 더 큰 고통이었습니다. 남편은 일주일 쉬고 난 후 출근을 했고 아이와 둘이 남겨진 저는 매일 매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배고파하는 아이를 보면 나오지 않는 젖에 대한 원망만 늘어갔습니다. 남편이 6시에 퇴근하면 바로 아이를 남편에 맏기고 주방으로 도피를 했습니다. 그렇게 요리도 집안일도 싫어하던 나였지만 지금은 집안일을 하는 것이 육아보다 수십배는 더 쉽다는 것을 압니다. 


외롭고 배고픈 시간들이 계속 흘러갔습니다. 한 달이 못된 지점에서 분유 기계를 구입했습니다. 그 후 틈틈이 밤에는 분유를 먹였고 더욱이 줄어가는 모유양은 수유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공포였습니다. 수유 자세가 이상한지 아기는 젖을 빠는 내내 불편해했고 먹고 나서 한 시간쯤 지나면 울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잘 못했던 점은 아기의 잠투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기는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울음으로 의사를 표현합니다. 배고파서 불편해서 기저귀가 젖어서 졸려서 등등 여러 이유가 있다고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울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어떻게든 빨리 울음을 멈춰야겠다는 생각만 머리에 맴돌게 됩니다. 그러면 가장 쉬운 것이 기저귀 갈기과 수유를 하는 것이죠. 


기저귀를 갈고 젖을 물렸지만 10분째 먹지 않고 잠이 들고 트림을 하다가 졸고 자나 싶어서 침대에 눕히면 30분 만에 깨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를 배가 고파서 울었던 것이 아니라 졸려서 울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잘못 이해가 제가 자꾸 젖을 주니 더 짜증이 났겠죠. 


남편과 저는 아가의 수면 사이클이 짧다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어떻게 하면 길게 재울 수 있을지 알지 못했습니다. 매일매일 좌절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밤잠은 나름 길게 자주는 아기가 너무 대견했습니다. 


더욱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 것은 전문가들 마다 다 말이 다르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 하는 공포였습니다. 공갈 젖꼭지도 나쁘고 아기 울리면 정서에 안 좋지만 수면 교육은 울려야 된다고 하고 도대체 뭘 어쩌라고 하는지 길을 잃는 날들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낮잠은 하루에 적어도 3번은 자야 하루 종일 징징하지 않기 때문에 재워야 하는데 재울 때마다 우는 아기를 견디는 것은 내 몸에 상처를 내는 것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그래서 공갈 젖꼭지를 쓰자고 마음먹고 수면 유도할 때마다 물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뒤로 저는 아기의 잠투정 즉 낮잠 시 울음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아기는 공갈 젖꼭지를 잠깐 물다가 5분 안에 잠이 들었고 수면 연장도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뒤에 다음 수면 싸이클로 넘어갔습니다. 이런 날들이 한 달 정도 지속되어 아기를 두 달이 되었습니다. 저는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직수와 분유 조합으로 4시간 텀으로 수유를 하고 낮잠은 1시간에서 두 시간 재운다는 마음으로 아가를 대했습니다. 


그러나 90일 무렾 갑자기 아이는 젖과 공갈 젖꼭지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또 맨탈 붕괴를 겪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가 나의 가슴을 보고 고개를 홱 돌리니 그 상실감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젖 거부 사태 하루 만에 직수를 포기하고 유축과 분유로 수유 방법을 변경합니다. 그것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4시간마다 유축은 육아를 더욱 힘들게 했고 유축하는 도중에 아기가 깨면 멈추고 다시 수면 의식을 해주러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습니다. 당연히 점심은 차려먹을 수가 없었고 모유양은 30ml 이하로 줄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97일 되던 날 다시 직수를 시도했더니 아이를 다시 젖을 빨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놀라운 일이! 하지만 이미 줄어버린 모유양은 다시 늘지 않더군요. 그래도 30ml라도 매일 낮 수유 동안은 먹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HAPPY 100 DAYS


오늘은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2022년 11월 18일.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날이 왔습니다. 손수 준비한 상에 이쁜 나비넥타이를 매고 세 식구가 집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는 범보 의자가 불편하지 금방 울어버렸지만 저는 나름 행복하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100일이 된 아이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싫은 것과 좋은 것이 분명해진 점이고 더 이상 잘 때 공갈 젖꼭지를 빨지 않고 손가락을 빨면 잠을 잔다는 점입니다. 아직도 잠투정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잠을 청하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7kg의 아이를 매번 안아 재우는 것이 불가능해서 자다 깨서 우는 아이를 그냥 토닥여만 주고 있지만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아기는 당연히 우는 것인데도 혹시 정서에 좋지 않을 까 걱정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일관성 있게 계속해봐야겠죠. 


목 컨트롤이 불가능했던 1개월 2개월 시절에는 아이가 잘 때마다 머리를 계속 한 방향으로 선호해서 너무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전부 무서운 이야기뿐이고 전문가들 마다 이야기도 모두 달랐으니까요. 결론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3개월 아가가 되니 이제 스스로 오른쪽 왼쪽 번갈아 머리 돌려가며 자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다른 방향으로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하게 된 것이죠. 


출생 후 집에 오자마자 하기 시작한 터미 타임 또한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왜 우리 아이는 고개를 못 들까 2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가 없던 매일매일이었습니다. 그래도 하루 20분을 채우려고 힘들어 우는 아이를 외면하며 매일 시켰습니다. 100일 된 지금은 터미를 꽤나 좋아하는 아기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앞으로 가려고 하고 머리를 들고 5분가량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하루 30분을 채우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늘 응원을 메시지를 보냅니다. 부모의 역할은 그저 아이가 할 수 있다고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누워만 있던 아이가 이제 스스로 손가락도 조금씩 움직이고 목을 가누어 두리번 두리번 하는 것을 보면 여간 신기한 게 아닙니다. 그동안 제가 했던 것은 그저 앞에서 잘할 수 있다고 손뼉 치며 기다려줬던 것뿐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제 자신에게도 잘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응원을 메시지를 남겨보고 싶네요.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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