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를 만나고 책임감이라는 것이 이토록 벅차고 행복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임 하에 해야 할 것들은 차고 넘쳤다. 예컨대 아기 구름이는 예방접종을 시기에 맞춰 여러 번 맞아야 했다. 구름이 밥 양을 계산해야 했고, 구름이가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은 무엇인지 알아야 했고, 강아지가 먹으면 위험한 음식들도 반드시 기억해야 했다.
기본적인 의료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배우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집에만 있어도 산책을 할 수 있고, 다른 강아지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물론 아니었다. 산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작은 하수구는 어떻게 뛰어넘어야 하는지, 젖은 흙은 밟아도 괜찮다는 것, 가슴줄은 매도 괜찮다는 것,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했다.
13년 전 집에만 있다가 처음 밖으로 나간 구름이는 긴장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처음엔 집 앞에서 5분, 그다음엔 집 앞 들판까지, 나중엔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들판과 뒷산까지 산책을 했다.
간식을 먹을 수 있을 때쯤, 마트에 가 구름이 간식을 보았다. 들어간 재료들을 살펴보는데 알 수 없는
성분들이 많았다. 구름이에게 정체불명 재료들을 먹이고 싶지 않았다. 간식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한 날은 매일 똑같은 사료만 먹으면 구름이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사료를 만들기로 했다. 수의사분들과 상의하며 구름이 밥 레시피를 완성했다.
강아지에게 산책이 매우 중요한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근하기 전엔 언제나 구름이와 아침 산책을 했다. 퇴근하고 와서는 언제나 구름이와 저녁 산책을 했다. 이 루틴을 지키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기도 했다. 웬만해서는 묻어가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머뭇 거리며 회식 참석이 어렵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해서라면 나는 충분히 당당해질 수 있었다.
구름이가 밥이나 간식을 달라고 할 때, 난 그 순간이 참 행복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히 요구하는 구름이가 참 사랑스러웠다. 난 평생을 내가 책임감을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어쩌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여하튼. 구름이는 내게 사랑하면 움직이게 된다는 것. 나는 사랑을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