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 전, 푸르렀던 새벽을 잊지 못한다. 아직은 온기가 남아 있는 구름이를 쓰다듬고 부둥켜안고 통곡하던, 그 새벽녘. 깊은 교감을 나누었던 구름이었기에, 내 심장도 구름이와 함께 차갑게 식어가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아주 무거운 무게추가 내 심장을 꾸욱 내려앉았고, 아주 굵은 눈물방울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구름이를 푹 사랑하던 어느 날, 구름이가 세상에 없는 날이 오면 어쩌나 문득 불안해지기 시작한 하루가 있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아기 구름이는 보면서 ‘넌 말티푸라서 슬개골탈구 올 가능성이 높대’ 하며 뒷다리 마사지를 해주곤 했다. 내가 뒷다리 마사지를 해줄 때면 누워있기 싫다며 엉덩이부터 휙 돌려 두 발을다소곳 모아 제자리에 다시 앉곤 했다.
구름이와 함께 당근을 나눠 먹고, 계란을 나눠 먹으며 건강한 음식을 나도 자연스레 섭취하게 되었다. 구름이를 산책시키다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났고 저녁 술자리를 줄어갔다. 건강한 식단과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기에, 나름대로 구름이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장병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올해 4월 2일, 폐수종으로 구름이가 입원했고, 심장병 D단계를 진단받았다. 짧게는 6개월, 길면 2년이라고. 어떤 이들은 구름이가 13년 살았고 이제 노년기이기 때문에 병이 올 수 있고, 언제 어떤 일리 생길지 모르는 거라며 자연의 섭리가 내 탓은 아니라며, 담담히 나를 위로해주곤 했다. 하지만 고작 두 달 뒤였다.
[부고]
13세 나이로 사랑하는 김구름이 6월 14일 무지개다리 건넜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갑작스레 심장병 진단을 받고 급속도로 몸이 약화되어 가던 구름이. 두 달 여 만에 구름이가 세상을 떠났다.
구름이가 떠나던 밤 기침소리가 예사롭지 않았고, 식음을 전폐하는 구름이가 심상치 않았다. 구름이를 밤새 살피며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동이 트자마자 병원에 가려고 거실에서 쪽잠을 잤다. 깜빡 잠이 들었던 때, 구름이 마지막 숨소리를 들었다. 구름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는 구름이를 가장 마지막에 안았었다. 그랬던 나는 구름이가 마지막으로 우리 집을 떠나는 날, 구름이를 가장 먼저 끌어안았다.
구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던 그날. 옥색 비단에 구름이를 감싸 안고 산을 오르던 그날은 슬픔과 함께 죄책감과 후회 또한 물 밀듯이 내게 몰려왔다. ‘그날 밤에 병원에 갔었더라면 구름이가 살았을까’ ‘내가 심장병 증상에 대해 좀 더 알았더라면’ ‘난 왜 수의사가 아닐까’ 후회와 죄책감이 들었다. 그만큼 상실감이 컸고 슬펐다.
많이 울었다. 구름이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옆에 두고 집에 왔을 때, 구름이 밥 먹는 시간이 되었을 때, 구름이랑 산책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집에 올 때와 나갈 때, TV를 볼 때와 혼자 방에 있을 때, 아침에 일어날 때. 구름이가 없는 모든 순간을 처음 겪을 때마다 엉엉 울었다. 구름이가 곁에 없는 것도, 다시는 구름이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도 다 마주하기 싫어서 많이, 정말 많이 울었다.
지인과 막걸리 마시며 오열했던 날이 있다. 구름이가 떠날까 두렵다고 정말이지 펑펑 울었다. 그만큼 내겐 구름이가 소중했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토록 두려워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서야 돌아보자면, 그건 내가 가진 유기불안이 아니었을까 싶다. 두려움에 저항하고만 있기엔 구름이를 너무 사랑했기에, 구름이가 내게 있는 동안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곤 했다. 구름이가 떠나고 나서 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돌아보면 내가 받을 상처가 없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그 정도 상처쯤은 내가 구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구름이가 나와 함께 해주는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구름이는 상처받을까 무서워 불안에 떠는 내게, 그 정도쯤은 함께하는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쩌면 ‘상처받을까 두려워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인과관계 자체가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불안은 불안이고, 함께하는 것은 함께 하는 것이기에. 함께할 때 불안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함께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구름이는 지금도 내게 알려주고 있다.
에필로그:
구름아, 아직까지 잘가라는 말을 못 하겠어서, 미안해. 구름아, 누나는 아직 구름이가 많이 보고 싶어.
평생 사랑해.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