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빛, 잠겨버린 방

by 이면

‘빛을 가져오는 자‘ 였던 루시퍼는 신의 오른편에서 사람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유능하고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천사였다. 어느 날 루시퍼는 자신이 신을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루시퍼는 그 생각을 자신의 신념으로 만들었고, 신념만을 맹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루시퍼는 천국에서 추방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루시퍼‘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루시퍼는 사람들 마음에 시기, 질투, 미움을 심어 괴롭혔고, 그 마음들로 범죄를 범하도록 하고, 이내 전쟁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루시퍼라는 이름을 잃었다. 이후 그는 ‘사탄’이 되었다. 루시퍼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알아차린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나는 신을 능가 해야만 해’라는 신념에 갇히게 된 것이 문제였다.

타락 천사(Fallen Angel) by 알렉상드르 카바넬, 1847년

동생 또한 15년이 넘게 학교폭력을 당하면서 ‘나는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배웠을 것이다. 겨우겨우 내뱉은 도움 요청은 동생을 ‘왕따’라는 낙인을 더 분명히 할 뿐이었다. 어느 날 동생은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 아이들이 자신을 따돌린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며칠이 지났다. 그 담임 선생님은 동생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동생만 없는 그 교실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반에 왕따 있어? OO 왕따 시키는 사람 누구야?“


가치와 방향을 상실한 질문에 아무도 손들지 않은건 당연했다. 그렇게 동생은 더 고요히 낙인찍혔고, 이후에도 학교폭력은 지속되었다. 학교에 가면 어느 날 책상이 복도에 던져져 있었다. 구령대에 올라가라고 하고선 동생을 품평했다. 주도적으로 폭력을 일삼던 일행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동생 편에 서는 이들은 없었다.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일을 겪는다. 노력하더라도 실패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노력해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도 한다. 함께 협력했다가도 갈등이 생겨 불편해지기도 한다.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다양한 감정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동생을 볼 때면 경험과 감정에 경계가 무너진 것만 같았다.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오래도록 부정적인 경험을 한 탓에 삶과 사람에 대한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것만 같았다.


그저 조용히, 친구들과 무던하게 지내고 싶었던 소박한 기대는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좌절의 벽에 부딪혔다. 동생이 스물둘이 되던 해, 겹겹이 쌓인 좌절은 끝내 동생을 무너뜨렸다. 루시퍼가 오만한 신념에 갇혀 '사탄'으로 전락했다면, 동생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방안에 가두었다. 존엄을 지키려 역설적으로 자신을 잃어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상처 입은 자아를 지워내지 않고서는 더 이상 존엄을 붙들 수 없는, 복잡하고도 서늘한 시간이 동생의 방 안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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