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마주 앉아 라면을 먹는 일, 온갖 집반찬에 계란프라이를 넉넉히 올리고 참기름을 살짝 두른 찬밥을 비벼 먹는 일. 어떤 날은 유난히 맛있고, 어떤 날은 그저 그런 얼굴로 식탁에 앉아 있는 그 평범함은 어느새 내 소원이 되어 있었다.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들이 있다. 그 사소함은 언제나 내 하루와 나란히 걷는다. 호흡처럼 너무 당연해서, 어느 날은 내가 그 루틴을 했는지조차 헷갈릴 만큼 자연스럽다. 그래서일까. 그런 순간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 때 찾아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동생과 함께 했던 모든 일상이 사라진 다음에야, 나는 동생과 함께 했던 일상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책, 후회, 상실감이 높은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동생은 종종 내게 밥을 같이 먹자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동생과 약속을 취소하기만 한 것 같았고, 내 대답은 늘 "다음에"라고 한 것만 같았다. 가족끼리 점심을 먹는 일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방에서 나오지 않던 동생은 어쩌다 한 번씩 거실로 나왔다. 그러나 잠시 머물다, 이내 다시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방문을 드나드는 평범한 일조차 동생에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동생은 엄마, 아빠, 언니조차 믿을 만 한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가족들 옆에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동생은 언제나 그랬듯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런 동생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그리고 너무 미안해서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엉엉 울기도 했다. 그리고 부서저 가는 사랑 조각들을 모아, 다시금 사랑을 믿어보려는 동생이 참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보드랍고 따뜻한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동안 힘든 것을 몰라서 미안하다는 말이기도 했고,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는 마음이었으며, 무엇보다 제발 죽지 말라는 간청이었다. 이 온기마저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그 마음들을 작은 꽃송이 위에 조심스레 얹을 수밖에 없었다. 한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분홍색 장미꽃 한 송이를 샀다. 집에 도착해 동생 방 문을 두드렸다. “똑똑.” 잠시 후, 문틈 사이로 동생이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손에 쥔 분홍색 장미꽃을 까딱 흔들었다. 그리고 꽃을 건네며 말했다.
오다가, 너 닮아서 사 왔어.
아무리 보아도 예쁘기만 한 꽃을 바라보며, 동생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소리 없이 엉엉 울었다. 너무 깊은 상처는 때로 소리 없는 울음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그날 알았다. 그 이후 꽃은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따금 꽃 한 송이에 묵직한 마음을 얹어 동생에게 건넸다. 미세하게 떨리던 손, 그럼에도 꽃을 놓지 않으려던 손은 내가 아는 가장 강한 사람의 손이었다.
동생은 조금씩 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일상을 이어가려 애썼다. 그리고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겁이 나는지. 아주 느리게, 수년에 걸쳐 하나둘씩 꺼내놓았다. 어떤 이야기들은 너무 사소해 보여 어떻게 공감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동생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길 바라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동생은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정신과 약의 도움도 받으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