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일일생, 시작은 브롬톤

<시작은 브롬톤> 출간 그 후

by 생활모험가

나와 브롬톤, 그리고 브롬톤과 내가 아홉 번의 계절 동안 쌓아나간 추억.
그리고 브롬톤을 타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브롬톤에 대한 '가능한, 모든, 브롬톤에 대한 이야기'
<시작은 브롬톤>이 6월 1일, 출간되었다.


그러니까 <시작은 브롬톤>은 유월 일일생이 되는 셈.

으레 책 한 권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새 생명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하다고들 한다. 보통 10개월~12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려, 아이 낳는 것과 진배없다고들 하는 것인데 이 책은 사실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의도치 않게 이 책을 오래 품고 있는 동안, 신기하게도 나와 이 책의 편집자 J에게도 식구가 한명씩 더 늘었다.


나는 결혼을 했고,
편집자 J는 아이를 가졌다.


<시작을 브롬톤>을 준비하면서 편집자 J와 나는 인생의 큰 산을 함께 넘은 것.



그래서일까.

실제 출산을 한 편집자 J와, 책 출간으로 간접 출산을 경험한 나 사이에는 편집자와 작가 이상의 단단한 연대감이 흐른다.


책이 나오고 애써 의연하려 해도, 자꾸만 서점 근처를 배회하게 되는 나.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엄마처럼 초조하게, 그리고 바쁜 시선으로 <시작을 브롬톤>을 찾는다.

2권, 많아봤자 5권.. 이 정도가 한 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재고량이다. 그나마도 재고가 0인 서점도 있으니, 단 한권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다행인 셈인가.

저어기 산처럼 수북하게 쌓여있는 베스트셀러를 부러운 듯 쳐다보곤 내 책의 표지를 쓰다듬어본다.


미안하다, 이렇게 고군분투하게 해서..



이 녀석 덕분에 사인이란 것도 난생 처음 해봤다. 사실 인생을 살며 사인할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은행, 계약서, 하물며 신용카드 결제할 때조차 사인이란 것을 하는데, 그럴때마다 멋들어진 사인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름 석자를 넣는 등 큰 의미없는 절차로 흘려보냈다.


최종 마감 원고를 넘기고,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사인은 만들었어? "
"에이, 내가 인기 작가도 아닌데 누가 무슨 사인을 받겠어."
"그래도 작간데, 사인은 있어야지."


머쓱한 마음에 이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혹시 사인을 원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조금씩 끄적거려 본 것이 있긴 했다. 조심스레 남편에게 그 사인을 해보였다.


"괜찮네"


남편의 한 마디에 사인은 결정되었고, 그 날 밤 사인연습을 한다고 신문지 몇 면을 가득 채웠다.
언제쯤이면 이렇게 잔뜩 사인을 하게 될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선.


책이 나오고, 제일 먼저 엄마에게 책을 들고 찾아갔다.

"엄마, 책 나왔어."

책 쓴다고 구석방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던 것이 몇 날이던가. 모니터 속 하얀 백지와 싸우던 나날들 속타들어가던 것은 비단 내 속만은 아니었으리라.

책을 받아들곤 나보다도 기뻐하는 엄마에게 영광의 첫 사인을 하는 순간. 펜을 쥐고 있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할 말은 많았지만 엄마 아빠 사랑해요, 이 한마디를 쓰고 나니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그렇게 울먹이던 첫 사인을 끝내고, 며칠간 왕왕 사인을 요청하는 지인과 독자들에게 해주며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인의 순간. 책에 하는 사인이란 그러하다. 고마운 마음 꾹꾹 눌러담아 당신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


이렇게 시작된 나와 브롬톤의 이야기, 유월 일일생 <시작은 브롬톤>은 여름날과 함께 찾아왔다.







글 :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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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초이
www.instagram.com/big.bigchoi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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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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