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으로, 여름 산으로
오락가락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여름 날씨의 변덕스러움, 심지어 겹겹이 자연 속에 쌓여 있는 여름 산의 날씨는 도무지 읽어내기가 어렵다.
그저 잠시 곁을 내주는 것조차도 쉽게 허하지 않는 여름 산은 그래도, 어쩌면.. 날씨가 좋지 않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 한 줌만은 손에 꼬옥 쥐게 만든다.
그 1%의 우연을 만날 기대에 우리는 여름 산으로 이끌리듯 향하는 거겠지만.
마른 하늘에도 난데없는 소나기가 퍼붓곤 하는
이런 날들엔
어쩌면, ‘어떤 상황이던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더 필요하겠다 싶다.
난데없는 소나기도,
난데없는 햇살도,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말이다.
그런 우리와는 달리, 모두가 날씨예보만을 철썩같이 믿었나보다.
널따란 산 속 캠핑장은 그날따라 고요하리만큼
우리들뿐이었다.
황매산 정상에 위치한지라, 조금은 쌀쌀함까지 느껴졌던 이곳에서 나는 또 습관처럼 모닥불을 지펴보았다.
이곳이기에 가능했던 한여름날의 모닥불.
이 묘한 상황에서도 익숙한 듯 불을 붙이는
나의 모습에 퍽 웃음이 나온다.
습습한 날씨 덕에 불은 잘 붙지 않았고, 자그마한 불씨라도 놓치지 않으려 그 어떤 때보다도 신중하게
주홍빛 그것에 집중했다.
평소같으면 타닥타닥 경쾌한 소리를 내며 타오르던 장작은 답지않게 연기만 내뿜으며 금세 꺼져버리곤 했다.
하기사, 여름날 모닥불이라니.
하늘은 갑자기 맑아졌다가 구름을 잔뜩 몰고 왔다가 다시 또 맑아짐을 반복하며, 마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그날의 누군가처럼 변덕을 부려댔다.
'아무래도 오늘 별은 못 보겠지?'
그 어느때보다도 고요했던 밤은 어둠과 함께 피로를 몰고 온 듯, 밤새 타프 위로 토독토독 쏟아지던 빗소리에도 우린 노곤히 잠이 들었다.
산속의 아침, 밤새 내린 비가 몰고 온 뽀오얀 안개에 또 다시 마음이 홀려버렸다.
오월이면 철쭉이 만발한다는 황매산의 여름은 이국의 풍경마냥 생경했고, 때마침 우리 앞을 후다닥 지나가던 고라니까지..
마치 비밀을 간직한 숲처럼 눈앞의 풍경은 불분명했지만 그만큼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사람이던, 장소던, 때로는 많은 정보가 필요치 않을 때가 있다.
너무 많은 정보는 빠른 단정을 부르고, 우리의 호기심을 잦아들게 하니까.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호기심을 유지한 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각자 적당함의 온도는 다를 수 있겠으나
적당한 정보와 적당한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우연과 호기심이 어디서든 우리의 길을 이끌어주리라.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아내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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