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들이 내 남편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다. 얼마 전 시어머니가 새로 구입한 중고차가, 아니 정확히는 시어머니가 중고차를 구입한 게 시누이들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시누이들의 불만을 이해한다. 자신들의 어머니가 폐차 직전의 중고차를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그 중고차를 고쳐 쓰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걱정.
시누이들 왈, 자신들의 엄마에게 작은 새 차를 사라고 몇 달간 설득을 했단다. 누나들은 엄마가 새 차를 살 거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별안간 엄마가 중고차를 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뚜껑이 열린 거다.
차를 산 건 시어머니인데 왜 화살은 엉뚱하게 내 남편에게 돌리는가?
그건 남편과 내가 시어머니를 중고차 매장으로 모시고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중고차 웹사이트에 올라온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취향의 차를 찾아내, 시어머니께 보여드렸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시어머니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떤 차가 시어머니 생활 방식과 잘 맞는지,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 잘 알 수 있을 수밖에. 칠십 평생 동안 시어머니는 많은 중고차를 운전해 오셨다. 그리고 차에 대한 시어머니의 선택은 대부분 옳았다. 우리는 시어머니가 '나는 그 차가 참 좋았어'라고 했던 말들을 기억해 냈다. 운이 좋게도 중고차 웹사이트에서 그 차를 찾아냈고 시어머니께 보여 드렸다.
그 차를 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은 오로지 시어머니의 선택.
시어머니에 대해 더 알아보자. 싱글맘으로 아이 넷을 키우셨다. 독립적인 시어머니에게 차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가 없다. 몇 달 전 시어머니의 차가 고장 나서 시동조차 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견인차를 불러 시어머니의 차를 정비소에 맡겨 두었지만 깜깜무소식.
시어머니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아니 이용하지 못하신다. 그런 시어머니에게 차가 없다는 것은 일상이 올스톱 되었다는 뜻이다. 본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무기력하게 있는 시어머니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가족을 돌보는 낙으로 사시는 시어머니에게 집에만 묶여 있는 것은 큰 고통이다. 시어머니와 같은 동네에 사는 우리 부부 내외는 그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몇 주 동안 내 차를 빌려 드리기도 했지만 그건 임시방편.
시누이들은 모르겠지만 남편과 나는 시어머니의 경제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우리는 안다. 시어머니에게는 새 차를 살만한 돈이 없다. 게다가 경차 취향이 아니시다. 아무리 새 차라도 경차는 아니다. 본인이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렇게 시어머니의 발이 꽁꽁 묶여 있을 때, 남편과 내가 시어머니가 좋아할 만한 차를 보여 드린 것뿐이다.
시어머니를 10년이 넘게 알아왔지만 시어머니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시어머니를 돕는다고 나서도 시어머니가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시어머니의 독립성을 100%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우리 부부 내외의 도움을 (대부분) 기꺼이 받으시지만, 그렇다고 시어머니께서 우리가 하자는 대로 또는 하라는 대로 할 거라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이다.
내가 시누이들에게 뿔이 난 이유를 설명하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걸렸다. 시누이들이 남편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며 화를 낸 건, 남편이(또는 내가) 시어머니가 중고차를 사도록 꼬셨다고, 사도록 만들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아니 본인들의 엄마에 대해서 이렇게 모를 수가? 내 남편은 그저 본인의 엄마를 도왔을 뿐이다. 상상해 보라 중고차 매장에 갔는데 젊은 직원 세네 명이 시어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상황을. 그래서 아들이(내 남편) 지원 사격차 매장에 함께 간 것일 뿐이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시어머니에게 시누이들의 행태에 대해서 고자질했다. 누나들이 남동생에게(내 남편)에게 화를 내며, 엄마가 중고차를 산 게 내 남편 때문이라는 탓을 하고 있다라고.
시어머니가 내게 아주 짧고 굵게 한 말씀을 하셨다. "화내지 마. 우리는 진실을 알잖니. 내 결정은 내가 한 것이니 남들이 하는 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