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공감이 가능한가?

젤리를 오늘 꼭 사야만 하는 이유

by 젠틀LEE

아내와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유병재의 ‘무조건 공감해 드립니다(무공해)’이다.

어느 날 아내가 무심코 틀어놨고 뭔가에 이끌리듯 그 이후로 계속 보게 되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화면 속에서 유병재와 게스트가 시청자들의 사연을 읽고, 아무리 황당하거나 과장된 이야기라도 “와, 완전 이해해!” “그럴 만해!” 하며 열정적으로 맞장구치며 무조건 공감한다는 콘텐츠이다.


처음엔 그냥 웃기려고 보는 코미디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웃음 뒤에 숨겨진 깊은 울림이 가슴을 울렸다.

이 단순한 ‘무조건 공감’이 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깨달았다.


특히 김고은이 게스트로 나온 에피소드가 잊히지 않는다.

한 시청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회사 폐업으로 갑작스레 실직한 후 재취업을 준비 중인데, 이전 연봉이 높았다는 이유로 면접마다

“그 금액이 맞아요?”라는 의심을 받고, 1~2천만 원을 깎아달라는 압박을 반복적으로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여름 더위 속 정장 차림으로 한 시간 넘게 면접을 보고도 면접비 하나 없고, 조건은 계속 낮아지니 지치고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였다.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피로와 억울함이 화면 너머로 전해져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회생활을 했던 모든 이들은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김고은이 조용히 물었다.

“연봉을 왜 깎아요?” 그 한마디가 날카롭게 핵심을 찔렀다.


유병재는 “능력을 의심하는 그 분위기 자체가 문제야!”라며 뜨겁게 공감했다.

평소라면 “현실을 받아들여” “조금 양보해” 같은 조언이 쏟아질 법한 상황인데, 이들은 먼저 사연자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납득 안 되는 조건이라면 버틸 힘도 필요해. 원하는 조건 끝까지 지키길 바래”라고 따뜻하게 응원했고, 유병재도 자존감을 북돋우는 말로 위로를 전했다.


더 열정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에, 가슴속에서 뭉클한 게 한껏 피어올랐다.




이 콘텐츠를 보며 공감의 진짜 힘을 생생히 느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남의 이야기를 판단부터 하는가.

나부터 남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고만 했다.


친구가 “힘들어”라고 말하면 전체적인 상황판단만 하고 “네 잘못 아니야?” “더 노력해”라고 조언한다.

조언이 필요한 상대도 있지만 대부분 상대는 먼저 ‘내 감정이 이해받고 싶다’는 간절함을 품고 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한 대로, 공감은 상대의 세계를 판단 없이 느끼는 것이다.

내 판단이 무의식적으로 다가와 재단하려 꿈틀거릴때 나는 그걸 막아선 적이 많았던가?


유병재의 ‘무공해’는 이걸 극단적으로 실천하며, 사연자들의 마음 문을 활짝 열어준다.

방송 후 댓글란에 “위로받았어요” “웃으면서 울었어요” “처음으로 이해받는 기분”이라는 글이 쏟아지는 이유다.


외로운 이 시대에, 누군가 내 아픔을 “그래, 네가 그렇게 느낄 만해”라고 무조건 안아주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그 순간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유병재의 콘텐츠는 코미디지만, 그 안에 담긴 공감은 진심을 투영하는 창이다.




나도 이제 누군가 하소연하면, 판단은 잠시 미루고 먼저 “무조건 공감”부터 한번 해보려 한다.

이 콘텐츠를 만난 덕에 그 참의미를 알았다.


갑자기 아내가 밤 10시에 젤리를 먹고 싶다고 지금 젤리를 사지 않으면 내일 가격이 더 오를 거라고 한다.

난 무조건적인 공감을 시행하려 한다.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내일 가격이 오를 것 같지 않지만 젤리를 사러 간다.


"왜? 지금 굳이? 내일 안올라!"라는 말은 절대 내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난 지금 무공해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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