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아내 귀에 작은 ‘양 한마리’를 걸어주었다.

유독 아내는 그곳이 춥다고 했다.

by 젠틀LEE

결혼 후 맞는 첫 겨울의 시작에서 아내는 귀가 시려서 빨개진 상태로 변해갔다.

밖에 나가서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아으으으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아!” 하며 두 손으로 귀를 감싸 쥐고 춤을 춘다.


그 춤이 귀엽긴 한데, 매일 보다보니 가슴속이 조금씩 시려온다.

“귀가 왜 이리 빨개? 떨어져 나갈 것 같아?”

“응… 맞아… 내 귀는 왜 이렇게 얇은걸까?”

아내는 남들보다 귀가 얇은 편이다.

그렇다고 남들이 하는말에 일희일비는 하지 않는다.

어느 날은 너무 아파서 길거리에서 자기도 모르게 “윽 귀시려!” 하고 소리를 질렀단다.

옆에 가던 아가씨가 깜짝 놀라 “괜찮으세요?” 했더니, 아내는 미안한 제스처를 취하며 조용히 얘기했다고 한다.

“아니요, 귀가 죽어가고 있어요…”


아가씨가 진지하게 “그럼 병원 가보셔야…”라고 답해서, 아내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에 고개를 푹 숙이고 빛의 속도로 집으로 걸어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이건 국가 비상사태다. 내가 구하러 간다.’




토요일 오후, 아내와 외투를 챙겨 들고 집을 빠져나갔다.

목적지는 집 근처 소품샵

매장에 들어가니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고, 나는 전쟁터에 들어간 특공대원처럼 귀마개 코너를 급습했다.


그런데… 세상에…

핑크색 토끼, 검정색 곰, 노란 병아리, 보라색 유니콘, 심지어 눈알이 달린 문어까지.

이건 귀마개가 아니라 동물원 탈출 프로젝트였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 실용파 : 검정색 곰 플리스 귀마개 (보온력 최강, 하지만 그것뿐이고 투박하고 지루함)

• 귀염파 : 핑크색 양 귀마개 (귀가 양처럼 봉긋 솟아서 바람 불어도 걱정없음. 귀여움)


계속 아내귀에 여러가지 귀마개를 썼다 뺐다를 반복한 끝에 역시 양 귀마개를 선택했다.

계산대에 양 귀마개를 쓴 채로 아내와 터벅터벅 걸어갔다.

점원분께서 반가운 미소로 맞아 주셨다.


점원분은 아내머리에서 귀마개를 꺼내서 계산하는 나를 보자마자 엄지 척을 해주셨다. 역시나 나도 엄지를 힘차게 들어올렸다.

베스트를 선택했다는 암묵적인 끄덕임과 묵직한 교감이 이어지고 바로 계산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아내의 귀는 양털 귀마개로 완벽 보호가 되었다.


아내는 빠르게 걸어가면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근데… 진짜 안 시려… 따뜻해… 너무 따뜻해서 울 것 같아…”

그러더니 갑자기 길거리에서 춤을 추더니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어떻게 이렇게 따뜻해…?”

그 순간, 나도 울컥했다.




사랑이 뭐 별거 있나.

다이아 반지보다, 명품 백보다, 양털 귀마개 하나가 더 따뜻할 때가 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양털 귀마개를 끼고 나란히 산책을 나갔다.

바람이 휘몰아치는데도 아내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의 표시를 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나 이제 겨울 무적이다. 양이 돼서.”

“그래, 귀 안시리게 조심조심“

아내가 빙긋 웃으며 내 품에 파묻힌다.


그날 이후로 우리 집에는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아내가 외출할 때마다 내가 양털 귀마개를 씌워주고,

“준비됐나!” 하고 외치는 것.

그러면 아내는 항상 깔깔대며 대답한다.

“완벽해!”


겨울은 여전히 춥다.

하지만 우리 집 거실에는 온 세상보다 따뜻한 양털 귀마개가 살고 있다.

한파를 녹이는 아주 조그만 녀석덕분에 우리는 매일의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