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묘미
시원한 가을저녁 국화축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은 축제의 피날레인 불꽃놀이가 시작된다는 아내의 첩보에 부리나케 축제의 한가운데로 달려갔다.
아내는 “올해는 꼭 같이 봐야 해!” 하며 별빛보다 더 크게 눈을 반짝였다.
나는 솔직히 흥미가 많이 없었지만 아내의 두근거림과 속삭임에 떠밀려 발걸음을 옮겼다.
축제로 가며 아내 옆에서 혼자 속삭이듯 얘기했다.
‘그냥 하늘에서 펑펑 터지는 거잖아.’
이걸 왜 이렇게 기다리는 거지?
순간 옆에서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발검음을 재촉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 우리 뒤에 한 가족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를 두 명 데리고 온 젊은 부부였다.
아빠는 큰아이를 목마 태우고 “출발!” 하며 신나게 그 공간을 뛰어다녔다.
아이가 까르르하고 웃는 소리가 시원하게 공원 한가운데 울려 퍼졌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아이의 엄마에게 넉살 좋게 말했다.
“아이고, 목마탄 남자애가 씩씩하네!”
엄마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여자 애기예요.”
순간 시끌벅적한 그곳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고 아주머니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러더니 유모차 쪽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려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아이고 이 애기는 이쁘네~”
아이 엄마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얘는 남자애기예요.”
그러자 빛의 속도로 아주머니가 외쳤다.
“아이고 남매니까 200점이네!!”
아내와 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머니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그 아주머니가 다시 우리 뒤로 와서 서있던 남편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아이고 엄마가 많이 통통하네. 우리 딸은 결혼하면 몸매 관리 하라고 해야겠네.”
순간 옆에 있던 아저씨가 조용히 속삭였다.
“걱정 마, 우리 딸은 아마 결혼 못 할 거야.”
아주머니가 순간 욱하며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왜 못 해요!! 꼭 할 거예요!”
불꽃보다 뒤에서 펼쳐지는 콩트 같은 한 편의 드라마에 웃음을 꾹 참았다.
순간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리고 막상 불꽃이 피어나자 더욱 소리치는 내가 있었다.
금빛 폭포, 분홍 하트, 푸른 별똥별이 하늘을 수놓았다.
“와, 진짜 예쁘다!” 아내 손을 잡고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중간에 불꽃이 잠깐 멈추자, 뒤에 있던 아저씨가 또 나서서 말했다.
“저거 마지막에 미친 듯이 터져야 끝난다! 아직이야 아직.”
딱 그 말과 동시에 피날레가 시작되고 하늘이 온통 빛으로 뒤덮였다.
처음으로 아내와 본 불꽃놀이는 눈에 각인처럼 새겨졌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뒤에 있던 아저씨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미친 듯이 터져야 끝난다!”
불꽃도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중간에 멈추면 안 된다.
포기하면 ‘끝’이지만, 끝까지 미친 듯이 터지면 뭐라도 할 수 있고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마지막까지 완성해야 하나의 글이 된다.
돌아오는 길 아내가 물었다.
“내년엔 또 올까?”
나는 아저씨 흉내 내며 외쳤다.
“당연하지! 미친 듯이 터질 때까지 매년 온다!”
가을 하늘 아래, 국화보다 더 진한 향기가 퍼졌다.
그건 ‘미친 듯이 끝까지’ 잘 살아보겠다는 약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