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3,500만 원.
2020년 3월,
친정에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도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때 남편의 수입은 0원. 내 월급만으로 세 식구가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여윳돈이 없었다.
그때 처음, 카카오뱅크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이게 진짜 되나?' 싶어 최대한도로 신청을 했는데, 단 몇 분만에 '출금 가능' 금액이 3,000만 원으로 찍히는 걸 보고 정말 놀랐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설렘인지 불안인지 모를 그 느낌.
‘이렇게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구나.’
당황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안심됐던 기억이 난다.
친정에 빌려준 돈은 1천만 원이었다.
그땐 '통장에 마이너스가 찍힌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불편하고 싫었다.
빨리 갚아 없애고 싶었고, 실제로 얼마 안 가서 돌려받아 갚았다.
그땐 몰랐다. 이게 시작일 줄은.
2021년 5월이었다.
금리는 낮고,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르던 시기였으니까.
'투자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유행하던 그때.
부동산 투자 모임도 많이 판 치던 그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부동산투자로 돈 벌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고, 마음은 들떴다.
‘대출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남들보다 한 발 앞서야 돈을 벌 수 있어요.’
'누구는 몇 년 전에 얼마 투자 해서 얼마를 벌었어요!'
그 사람들만 따라 하면 나도 부동산 투자로 몇 천만 원 정도는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넘쳐나는 말들.
유혹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믿었다.
'부동산 공부' 시켜준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대출은 좋은 거다'라고 믿어버렸다.
그렇게 투자금으로 -2,350만 원의 빚이 생겼다.
누구의 강요도 없었다.
하고 싶어 안달 난 마음으로 내가 선택한 투자였다.
대출은 좋은 거니까.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아야 되니까.
케이뱅크와 우리은행에서도 한도만큼 마통을 또 개설했다.
처음 통장에 -1,000만 원 찍혔을 때 받던 스트레스는 없어졌다.
이건 '투자'고, 조만간 더 큰돈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싶었다.
마이너스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사라지자 생활비도 마통에서 꺼내 쓰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보니, 투자금 외에 생활비로 쓴 마통 금액이 600만 원이 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는 해외여행이었다.
아들이 자꾸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니 마음이 약해졌다.
‘한 번쯤은 우리도 가보자’는 마음에 그냥 질러버렸다.
항공권, 숙소부터 신나게 먹고, 놀면서 쓴 돈은 6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이미 마이너스였던 통장에서, 신용카드로.
다시 마이너스로.
그렇게, 어느새 마이너스 3,500만 원이 되어있다.
매달 월급은 받고 있으니, 나름대로 노력해서 더 이상은 키우지 않으려고. 조금씩이나마 갚아나가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부터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지 않았다면, 나는 빚 없이 살 수 있었을까?
부동산 투자 모임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큰 빚은 없었을까?
...
이제는 인정한다.
바보 같았던 나의 과거.
너무 몰랐고, 그냥 믿었고, 아무 대책 없이 여기까지 왔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적어본다.
언젠가는 ‘마통 상환 완료’라는 제목도 쓸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