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검색 연기로 만들어진 뱀의 형상은 암녹색 지렁이 군집을 잡아먹을 듯 입을 크게 벌렸다. 연기가 지나간 아스팔트는 지반이 약한 땅처럼 푹 꺼졌고, 향이 스쳐 간 노란 셔틀버스는 크게 휘청거렸다. 깨진 유리창 파편들이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향이 지렁이들을 집어삼킬 때마다 놈들의 살점이 매섭게 타들어 갔다.
"장 씨! 물러나!"
소금 항아리를 든 남자가 항아리 속의 굵은소금을 허공에 던지자, 바람을 타고 날아간 반짝이는 가루들이 뱀의 형상에 달라붙어 단단한 비늘 갑옷을 만들어냈다.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신 소금 갑옷을 두른 잿빛 연기 뱀은 이전보다 훨씬 사납고 날렵해 보였다.
지렁이에게 잠식된 서준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입가에 기괴한 경련을 일으켰다.
"네놈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나?"
서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진, 수천 마리 지렁이들의 합창처럼 들려왔다.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시던 소금 갑옷 위로 암녹색 점액질이 게걸스럽게 들러붙기 시작했다. 거대한 지렁이는 잿빛 향을 칭칭 감아올리며 단단해 보이는 비늘을 탐욕스럽게 갉아먹었다. 치열한 힘겨루기로 아스팔트가 또 한 번 갈라지던 그때, 기괴한 화음처럼 겹쳐 들리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아저씨... 너무 아파요... 제발 살려주세요."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서준이의 목소리였다. 장 씨의 미간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아주 찰나였지만, 그의 굳건했던 시선이 아이의 얼굴에 멎어 동공이 크게 흔들렸고 향을 쥐고 있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한순간의 동요는 치명적이었다. 팽팽하게 유지되던 향의 흐름이 끊기자, 꼿꼿했던 뱀의 형상이 탁한 안개처럼 흐트러지며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큭큭... 걸렸네."
서준의 탈을 쓴 괴물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 비열하게 말려 올라갔다. 놈은 뱀이 무너진 틈을 놓치지 않고, 허공에 흩어지던 굵직한 지렁이들을 등 뒤의 남자를 향해 쏘아 보냈다. 탄환처럼 날아간 암녹색 지렁이들은 징그러운 속도로 남자의 품에 파고들더니, 그가 안고 있던 소금 항아리를 무참히 휘감아 조였다.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항아리가 산산조각 났다. 그들의 강력한 무기였던 하얀 소금 가루가 길바닥에 허무하게 흩뿌려졌다. 세 사람은 흩날리는 소금을 보며 망연자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