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바다

by 블링

"안 돼...!"

장씨, 권씨, 김씨의 비명이 산산조각 난 항아리 파편 위로 흩어졌다. 바닥에 쏟아진 하얀 소금 가루는 마치 암녹색 지렁이의 승리를 확신을 심어주는 것만 같았다. 서준의 얼굴은 본연의 얼굴형을 잃어버린듯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이제 너희를 지켜줄 건 아무것도 없다."


암녹색 지렁이들을 다시 치켜세우며 한 걸음 내딪으려는 찰나였다. 김 씨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소금 항아리가 깨진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그렇다면 서준의 영혼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 그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떨어진 소금을 움켜 쥐고 서준을 향해 달려갔다. 주먹 쥔 그 손으로 서준의 가슴팍을 치고 심장 부근을 꽉 움켜쥐었다.


"김 씨! 위험해요!"


장씨와 권씨의 외침이 들렸지만 김 씨는 눈을 감았다. 순간, 차가운 어둠이 김 씨의 정신을 집어삼켰다. 그곳은 서준의 내면—끝을 알 수 없는 심해처럼 차갑고 외로운 공간이었다. 저 멀리, 서준이 어린아이처럼 웅크린 채 암녹색 지렁이들에게 칭칭 감겨 신음하고 있었다.


"서준아."


김 씨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은은한 등불처럼 퍼져 나갔다. 웅크리고 있던 서준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자책과 공포만이 가득했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다 망쳤어요. 저 괴물이 내 약점을 먹고 자랐단 말이에요..."


김 씨는 지렁이들이 내뿜는 하수구 냄새에 숨이 막혀왔지만, 한 걸음씩 다가가 서준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김씨의 체온이 서준에게 전달되었다.


"아니야, 서준아.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구나 마음속에 어둠 하나쯤은 키우고 살아. 하지만 넌 혼자가 아니잖니. 우리가 밖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김 씨의 진심 어린 위로가 서준의 가슴에 닿는 순간, 서준의 몸에서 눈부신 백색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긍정의 에너지는 암녹색 지렁이에게 치명적인 독과 같았다. 서준을 옥죄던 암녹색 지렁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타들어 갔고, 서준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가자, 서준아.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현실 세계에서, 서준의 몸을 덮고 있던 기괴한 무늬들이 파동치듯 요동쳤다.


"안 돼, 이 빛은...!"


서준의 내면에서 터져 나온 강력한 긍정의 힘은 지렁이들을 강제로 분리해 허공으로 튕겨냈다. 갑자기 서준의 몸이 경련하듯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암녹색 지렁이들이 서준의 등 뒤에서 낱낱이 뜯겨 나갔고, 서준은 마침내 괴물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김 씨의 품으로 쓰러졌다. 바닥에 떨어진 지렁이들은 힘을 잃고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작업이었어.”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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