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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정 May 13. 2024

직장 생활, 그 천태만상에 대하여

#1. 선택적 인사



출근길, 내 팀의 팀원이 나를 지나쳐 앞으로 가면서 인사를 안 하는 상황은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나를 못 봤으니 그랬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은 아예 걷어내고 시작하는 게 좋다.

예민하거나 둔하거나, 눈이 좋고 나쁨 등의 사소한 이유를 떠나서 그냥 알면서 안 하는 것이다.


사무실로 들어오니, 타 부서 직원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눈을 돌리다 다시 고개를 슬며시 내리는 걸 목도한다.

조금 있다가 그 직원이 자기와 친분이 있는 다른 사람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상황을 보면, 너도 참 힘들게 산다. 측은지심 마저 든다. 알면서 모른척하고, 인사를 가려하는 일들은 본인 자신도 얼마나 피곤한 일일까?


물론 아래 직원들의 그런 행동은 몹시 기분이 나쁘다.

예전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 머리를 열어 확인하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 나의 대처는, 흠... 낮은 탄식 정도로 끝낸다.


불러 세워 물어볼 수도 있고, 주시하다가 여러 차례 사안이 중복되면 면담을 할 수도 있겠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어 남모르게 고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 모든 노력들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너는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 뭉뚱그려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도 좋고, 에너지 소비에도 효율적이다.


관계는 상호작용이다.

한때는 좋은 상사, 인생 선배, 어른이 되겠다는 낭만적인 생각도 있었으나 회사란 그런 걸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많은 부분에서 간결하고 명확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특별히 하극상을 부리거나, 업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다면야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은근한 의도를 가진 선택적 인사 정도는 무시하고 넘어가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물론 상황에 대한 이러한 대처는 내가 단단할 때 가능하다.

심리적으로 번아웃이 오거나 관계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 때는, 나도 사람인지라 불가능한 일이 되겠지.

그렇기에 인사 안 하는 직원을 내가 어떻게 해보겠다, 즉 사람 만들겠다 등의 이상적인 고민을 할 바에는 나의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좋은 상사라도 상사는 그냥 직장 상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조직에 몸담고 있게 되면, 세대 차이는 물론이고 사람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성선설을 믿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직장 내의 모든 행위, 결과물은 항상 그 과정을 진행한 누군가의 의도가 녹아 도출되기 때문이다.


개인이건 팀이건, 공적인 일이건 사적인 일이건 개인의 생각과 관념, 의도가 들어가 결과가 빚어지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모르고 벌어지는 일이란 없다. 적어도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그러니,

선택적 인사는 상대방이 나를 못 본 것이 아니고 못본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사들도 싹수없는 직원 때문에 고민하지 말길. 선택적 인사를 받아들이고 선택적 마음의 평화를 얻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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