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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Dec 17. 2021

애쓰지 마, 너 편한 대로 살아

잘하려고 하는 일은 대부분 슬픔이 되어 다가와

'적당히 하자' 하면서도 가끔 잘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처음 해보는 것들이다. 결혼을 한다거나, 강아지를 키운다거나, 회사에 입사를 한다거나 하는 내 생애 처음인 일들을 맞닥뜨리면 왜인지 모르게 좀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끌어 오른다.


잘하려는 마음은 늘 뜨겁다. 한 발 뒤로 물러난 자세에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부턴가 조금씩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까지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건 별로 없다는 것을 느낄 때다. 세상 모든 이치가 주는 게 있으면 받아야 하는 법, 기브 앤 테이크가 되어야 관계는 지속이 된다.


어느 날 내가 염세주의자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세상에 혼자 남은 기분이었다.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고 수다를 떨어도 체온이 따뜻해지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티브이쇼에서 연예인들이 나와서 웃고 떠들면 왜 이렇게 꼴 보기가 싫었는지, 티브이를 멀리하고 책만 봤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내 마음과 잘 통하는 작가를 만나기도 했다. '나만 이런 마음은 아니구나'가 적잖게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슬픔을 켜켜이 가슴속에 쌓는 일이었다. 한 번은 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안부도 잘 묻지 않았지만, 늘 마음만은 따뜻했던 분이었다. 조카라고 있는 게 살갑게 대하지도 못하고 연락도 잘 드리지 못했는데, 삼촌은 언제나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힘없어 보이는 내 목소리를 듣고 삼촌은 이런 말을 꺼냈다.


애쓰지 마, 너 편한 대로 살아.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삼촌의  마디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같았다. 어떻게  마음을 알았을까? 어떤 책에서 읽은 어떤 좋은 글귀보다  깊게 나를 흔들어 댔다. 나는  말을 찾아 그렇게 헤매었구나. 지금껏  말이 듣고 싶어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눴구나... 하지만  번도 해답을 찾지 못한  맴돌기만 했구나.


잘하려고 하는 일은 대부분 슬픔이 되어 다가오고, 대충 관심 없었던 일은 오히려 우리에게 기쁨을 줄 때가 있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쓸 필요도, 애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세상일이 마음먹은 것처럼 되지 않는다.


언제쯤이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분명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라는 말에 조금은 동의하게 되었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고 참고 또 참아내며 속이 문드러져서 더 이상 멀쩡한 마음이 없을 때 그제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대충대충 하루를 보내는 것 같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잘하고 싶은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잘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것에 관해 100%의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우주 만물이 내 편이 되어 내가 노력한 것에 대한 피드백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더 많이 정을 준 것에 실망하는 마음이 더 크다. 살다 보니,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마음을 가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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