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

by 교교

큰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학교에서는 등교거부, 혹은 학업중단위기 학생으로 분류합니다. 단순히 '학교에 오기 싫은 아이들이 많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학생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어려움은 제각각입니다. 100명의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100가지인 것이죠.


학생들은 왜 학교에 나오기 싫은 것일까요? 학생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좋아하면 그 행동을 많이 하고, 싫어하면 행동을 적게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을 더 많이 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반대로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도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하려고 할 것입니다. 행동을 많이 하는 것은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인데, 본인이 잘하는 활동일수록 좋아할 확률도 높게 되는 것이죠.


이 같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의 결과로 생각해 볼 때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학교생활이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학교생활을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학교를 서서히 회피하게 되면서 장기결석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요?


첫째로는 학업입니다. 상담까지 의뢰되거나 찾아오는 학생 중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과 평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이러한 압박이 어디서 왔느냐를 들여다보면 당연하게도 부모인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정작 부모와 상담을 해보면 본인은 보호자로서 자녀에게 학업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으로는 학업적인 부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티브이에 나오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은근히 칭찬하거나 부러워하는 경우 간접적인 방식으로 학업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경우입니다. 학업능력이 좋은 것을 보고 긍정적인 보고를 부모가 많이 하는 것만으로, 자녀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 사랑받는 방법 혹은 옳은 행동이라는 신념이 자리 잡게 됩니다. 다른 경우 생활습관에 훈육을 많이 하거나 지적을 많이 하게 되는 부모라면 자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확인하는 강박적 성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해지면서, 자신이 성적을 잘 받는 것에 지나친 부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지능이 경계선 수준에 있거나 학습지체를 보이는 학생의 경우에도 학교수업 수준에 따라가기를 힘들어하면서 교실에 있기를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학업에 어려움이나 부담이 발생하면 등교하기를 어려워합니다. 이 같은 경우 상담을 해보면 학업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이 있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학업으로부터 당장 피하고자 하는 시도를 함으로써 등교를 거부하게 됩니다. 이러한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두통, 몸살 등 신체화 증상으로 본인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경우도 흔합니다.

둘째로는 또래관계입니다. 청소년 시기 학생들에게 어쩌면 학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래관계입니다.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어른의 경우에도 흔한 일이고, 또 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유심히 학생들을 관찰하다 보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혼자 학교를 배회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친구관계 문제로 상담을 신청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또래관계 문제가 긴 시간 동안 만성화 되어 왔으며, 오랜 또래관계 좌절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학생들과 얘기를 해보면 학생들은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저는 친구 필요 없어요. 혼자가 편해요." "교실에 있으면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워요." "우리 반 애들은 다 이상해요." 과거부터 반복된 또래관계 좌절을 통해 더 이상 친구를 사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물러선 아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상담실로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는데, 친구관계 문제로 찾아오는 90% 이상이 여학생입니다. 여학생들은 해결되지 않는 갈등의 문제를 긴 시간 가지고 가는데, 표면적으로는 SNS나 전화,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화해를 했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갈등 대상과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는 이들을 이전과 같은 관계로 회복되기 힘들게 만듭니다. 서로 어색한 기류로 한 동안 지내다 보면 사소한 오해들이 쌓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거나, 나에게 이상한 시선을 보냈다고 느끼는 등입니다. 의심은 소통하지 않은 채 자기 안에서 확신이 되고 심리적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게 되죠. 이런 불편한 감정을 가진 채 생활하기 어려운 친구들은 학교에 오기를 피하게 되며 심리적으로 덜 불편한 집에 머무르며 자신을 후퇴시킵니다. 담임교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갈등이 발생하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일수록 방어기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후퇴하거나 회피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정의 문제입니다. 등교하는 것과 가정의 문제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아이들의 세상에서 가정은 역시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등교하지 않는 것에 어떠한 제제나 언급을 하지 않는 가정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학교를 가지 않더라도 아무런 훈육이나 지도를 하지 않는 것인데, 이는 암묵적으로 학교를 가지 않는 것에 대해 허용하게 되면서 학생이 작은 어려움이나 고통에도 쉽게 등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압박과 간섭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겪게 하지만, 적정한 관심과 지도는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가정의 무관심 속에서 가출이나 비행 쪽으로 빠지며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중요한 유형은 학교에 가지 않음으로써 부모를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를 갖는 아이입니다. 사실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학교에서는 무단결석 처리를 하는 것과 약간의 관심을 갖는 것으로 끝이지만, 가장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집에서 이를 지켜보는 부모입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부모를 지켜보며 아이들은 본인이 가지는 부모에 대한 공격성이나 분노가 약간 해소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다시 말해 직접적으로 부모를 공격하기 힘든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부모를 공격하는 하나의 방식이 부모를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것인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수동공격(Passive-Aggressiveness)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동공격은 공격성, 분노, 적개심을 품은 대상에게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양식을 말합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상대방을 향한 공격으로 보이지 않지만 내면에서는 상대를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이는 은밀하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수동공격은 하는 본인조차 의식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와 사이가 좋다고 하면서 은근히 상담과정에서 부모를 비난하거나 학교에 가지 않음으로써 부모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비행행동을 하면서 부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공격성을 약간 해소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상담과정에서 부모에게 자녀가 수동공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과정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의 대표적인 유형들과 과정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장기간 결석으로 향하기 전 간헐적으로 결석하거나, 적응상의 어려움이 보일 때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기간 결석으로 진행된 이후에 다시 학생을 학교에 나오게 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