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을 때, 누군가에게 내가 안전한 존재인지 고려하면서 관계를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부모, 좋은 친구, 좋은 상담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이 사람이 나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안전하다는 느낌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우리는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순간, 뇌에 있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불안이나 공포감을 느끼게 됩니다. 불안은 나와 내 주변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감정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과 주변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게 할 것 같은 사람들이 불안을 유발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낀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안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예로, 나는 부모님께 얼마나 솔직하게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떠올려 보면 됩니다. 부모님께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나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자녀가 있다면, 그 부모는 자녀에게 굉장히 안전한 대상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오히려 부모님이 자신의 고민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담자로서, 상담받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안전한 존재가 되는지 여부는 상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할 때 내가 안전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합니다. 손짓, 몸짓, 얼굴 표정, 말투, 미소, 따뜻한 차 한 잔, 반갑게 맞이하는 태도 등 소소한 스킬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와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 그리고 그 약속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결국,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비밀(고민)을 공유하며 그 비밀을 지켜주는 것인데, 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어쩌면 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끔 학생들 중에는 친구와의 뒷담화가 소문나 곤란해하며 상담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전한 대상’을 잘못 고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상담할 때는, 뒷담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뒷담화를 하기 때문에 ‘그래도 안전한 사람을 잘 골라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주기도 합니다.
상담자로서 저는 ‘안전기지’가 되어 언제든지 힘들 때 찾아올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관계에서 배신과 좌절을 겪어 대인관계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은 학생들은 상담실을 쉽게 찾지 않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은 결국 신뢰로운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사람은 언젠가 모두 배신할 거야’ 혹은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야’와 같은 비합리적인 신념을 바꾸는 것입니다. 상담 장면에서 ‘안전한 존재’를 직접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안전한 존재’라는 주제는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만큼, 주변을 돌아보며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안전한 존재라면,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순간 나를 더욱 찾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내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사람들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와 거리를 두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