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교사들에게 가장 미움받는 학생 유형을 보게 됩니다. 교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인데,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학생도, 지도를 따르지 않는 학생도 아닌, 바로 거짓말하는 학생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거짓말을 매우 싫어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단순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거의 분개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 본인을 속이려 했다는 괘씸함과 더불어,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학생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거짓말을 자주 하는 학생은 교사와의 관계에서 점점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에는 어떤 말을 해도 믿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며 점점 더 미움을 받게 됩니다.
거짓말이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거짓말에 대해 유독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도 있습니다. 거짓말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상담교사로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장 다가올 처벌이나 불이익을 피하고자 하는 반응인데, 거짓말이 잦은 학생은 과거 잘못한 일에 대한 결과가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거나 처벌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그 솔직한 태도에 대해 칭찬이나 위로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경험이 있다면, 학생은 어떻게 느꼈을까요? 반대로 슬쩍 거짓말을 했을 때 운 좋게 상황이 넘어간 경험이 몇 번 있었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켜줄 아무런 보호체계가 없는 학생들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은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자신이 위협받는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 아무도 없다면, 위험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뻔한 거짓말을 하더라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면 아이들은 거짓말을 선택하게 됩니다. 또래 관계나 어른들로부터 위협받는 순간, 기본적으로는 부모가 함께 있어 주어야 합니다. 여기서 '함께 있음'이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라는 ‘안전기지’가 되어 줌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받고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안전기지가 없이 거친 들판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아이가 있다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이라는 선택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거짓말의 경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믿어주지 않음으로써, 결국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경우입니다. 본인은 진실을 말하지만, 주위에서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 기회는, 결국 자신이 한 말을 진심으로 믿어주는, 괜찮은 어른을 만나는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교사로서 학생이 거짓말하는 것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민감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왜 유독 거짓말에 더 화가 나는지를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는 다른 건 다 참아도 거짓말은 못 참겠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됩니다. 이는 다른 어떠한 행동들은 용인할 수 있지만, 거짓말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완고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어쩌면 비합리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거짓말이 드러나는 순간, 대화와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느끼면서 실망감에 학생과의 교류를 포기하게 된다면, 이는 단지 학생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대인관계에서 ‘거짓말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과거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대인관계에서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거짓말로 인해 상처받았던 기억은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만약 관련된 상처나 트라우마가 있다면 상담을 통해 다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교사나 어른으로서 거짓말하는 아이를 지속적으로 추궁하고 유도질문을 하는 것은, 2차적인 거짓말을 유발할 뿐 아니라 아이와의 진실된 관계로 발전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사람은 하루에 2~3회 거짓말을 한다고 하니, 누구나 거짓말을 하는 셈입니다. 엄격하게 거짓말을 지도하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짓말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